4년 만에 돌아온 '산호색 블러셔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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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털어주는 기자봄이 온 걸 언제 체감하시나요? ‘코덕(화장품 덕후)’들에게 봄은 코랄(산호색)의 계절입니다. 겨우내 바르던 팥죽색 갈색 화장품 대신 서랍 속에 자고 있던 코랄 립스틱과 블러셔를 꺼내면서 새 계절을 맞습니다. 화장품 매장에서도 색조 신상품 중 유독 핑크와 코랄색이 많이 보입니다. 날이 풀리면 채도 높은 색상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인데요. 어떤 사람은 “‘상반기 코랄, 하반기 장미’가 색조 인기상품 공식”이라고 하더군요.
나스 블러셔 '파이널컷'
2014년 출시 2주만에 품절
중고시장서 50% 웃돈 거래
한국 소비자 요청에 재출시
올해는 반가운 손님이 있습니다. 나스의 ‘파이널컷’(사진)이란 블러셔입니다. 2014년 반짝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품절되면서 코랄 블러셔의 ‘전설’로 남은 화장품입니다. 비슷한 산호색 블러셔 중에서도 한 끗 다른 색상과 질감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경쟁사 코랄 색조에 비해 약간 형광빛이 도는 게 세련됐다고 할까요. 아무 때나 살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점도 소비자 마음에 불을 지폈죠. 출시 2주 만에 전국에서 품절된 뒤 해외에서도 동났습니다. 온라인 중고시장 등에서는 원래 가격보다 50%가량 웃돈이 얹어져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웃돈을 줘도 쉽게 구할 수 없던 제품이라 코덕들의 애간장이 탔죠. “돈을 준다고 해도 못 사다니 말이 되냐”면서.파이널컷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2014년부터 나스에 다시 출시해 달라고 꾸준히 요청한 결과입니다. 소비자 목소리가 통한 걸까요. 나스는 한국에서만 올 12월까지 파이널컷 컬렉션을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월 재출시했습니다.
이 컬렉션에는 파이널컷 블러셔 말고도 2014년 같이 출시된 뉴 애티튜드, 러브, 섹스 판타지 블러셔가 있습니다. 이들 제품까지 총 4종의 블러셔를 다 모으면 비로소 컬렉션이 완성되죠. 마치 드래곤볼을 모으듯.
나스 블러셔는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제형이 좀 더 단단하기 때문에 염소털 등 힘 있는 모(毛)로 제작한 브러시로 바르면 가장 예쁩니다. 블러셔 입자가 아주 고운 덕에 피부에 투명하게 물들듯이 표현되는 것도 특징입니다. 브러시에 잔뜩 묻혀 손등에 약간 털어낸 뒤 바르면 좋습니다.파이널컷 출시 소식에 저도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4년 전에는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데 실패해 인터넷을 뒤지다 아마존에서 러브 색상만 살 수 있었거든요. 올해는 블러셔 4종을 다 모으겠단 결심을 다졌습니다. “어차피 다 비슷한 분홍색 주황색 아니냐”고 물으면 그저 웃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는 게 마니아들의 신조니까요.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