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갭 투자자 '고의 경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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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름 빌려 경매 넘긴 뒤경기 동탄신도시에서 ‘깡통 전세’가 속출하자 전세를 끼고 매입한 갭 투자자가 집을 고의로 경매에 넘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자 세입자에게 집을 떠넘기려는 시도다. 한 사람 명의로만 아파트 59채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온 데 이어 수십 채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세입자가 불안에 떨고 있다.
'차라리 사라' 세입자들 회유"
15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가 소유한 동탄신도시 소재 아파트 28채가 16일 1회차 입찰을 한다. 이와 별도로 31채가 2회차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2건은 취하됐고, 3건은 낙찰됐다.인근 중개업소와 A씨 소유 아파트 세입자들은 A씨가 허위로 집을 담보로 제공한 뒤 경매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한 경매 전문가는 “지인들과 형식적인 돈거래를 한 뒤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경매를 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돈을 빌려준 뒤 한 달 만에 경매를 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능동 M공인 관계자는 “집을 경매로 넣은 세 명의 채권자 가운데는 A씨 부모도 포함됐다”며 “나머지 한 명도 친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세입자는 “A씨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집을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회유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시세에 500만~1000만원의 웃돈을 얹어 제안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매로 나올 A씨 소유 집이 더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직 경매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지난 1월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가 12채나 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들의 채권자 C씨는 A씨의 처형인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에선 추측했다. 만약 C씨까지 집을 경매에 부친다면 A씨의 아파트는 총 71채가 경매로 나오는 셈이다. 현지 S공인 관계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미 경매로 떠넘긴 아파트를 합치면 100채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피해는 세입자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 세입자는 “동탄2신도시에 분양받은 아파트의 준공이 다가와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집을 떠안을 처지”라며 “잔금을 어떻게 해결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갭 투자가 성행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고의 경매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