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태 금융중심지혁신포럼 회장 "샌드박스 생태계와 실시간 규제 거버넌스 구축해야"

디지털시대 한국의 규제혁신 패러다임:샌드박스 생태계와 실시간 규제 거버넌스 구축
이유태 부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금융중심지혁신포럼 회장


규제를 혁파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제는 4차 혁명시대에 이르러 기술 거버넌스와 직결된다. 지난 1월 다보스 세계포럼에서는 ‘실시간’으로 규제를 만들어 다른 영역과의 협업과 새로운 창조의 길을 모색해 ‘퀀텀점프’를 하고 있는(단기간에 대약진하는) 첨단기술 관리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우선 허용,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혁명을 강조한다. 이 중심에 ‘규제 샌드박스’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기술을 따로 분리해 그 영향을 ‘실제 시장’ 환경에서 테스트하는 안전한 공간을 뜻한다. 입법 추진 중인 정보통신융합특별법·금융혁신지원특별법·산업융합촉진법·지역특구법 법률안들을 규제 샌드박스 4법이라 할 만큼 한국 샌드박스는 외국과 달리 핀테크 활성화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드론,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으로 적용 분야가 훨씬 광범위하다.

샌드박스는 진입기준 및 과정에 투명성과 복제성은 있지만 규제당국의 사업계획 평가 및 승인 절차 진행에서 매우 인간중심이고 아날로그적이다. 영국금융감독청(FCA) 샌드박스 참여 업체수는 지난해 42개사에 그쳐 샌드박스의 확장성은 높지 않다. 샌드박스는 소통의 향상및 규제기관의 혁신지원 경향을 표방하지만 단순히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주어진 분야에서의 경험이 거의 없는 규제당국이 외부에 보내는 메시지의 신뢰성은 낮다. 규제당국은 부응할 수 없는 급진적 처리를 약속할 수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 4법 통과 이전에 역대 정권마다 빠짐없이 부르짖었던 규제혁신이 이번에는 무색해지지 않도록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의 ‘확인’과 ‘허가’ 단계를 짚어 봐야 하겠다. 정부주도 규제 샌드박스 외에 업계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산업 샌드박스’ 및 우산처럼 보호 역할을 한다는 뜻의 ‘샌드박스 우산’을 생태계 전체 관점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산업 샌드박스’는 ‘시장 외’ 환경에서 많은 이해관계자가 서로 협력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영국 FCA는 ‘샌드박스 우산’이 별도의 비영리로 규제된 회사로 운영되게 해 인가받지 않은 혁신자가 실제 상황에서 더 많은 수의 고객과 실험을 진행하게 했다. 벤처캐피털, 규제당국, 산학연 모두가 다 같이 협력하는 공개혁신 생태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샌드박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이 여태까지의 규제에 대한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사람에 의한 진입 결정을 자동화하고 적시에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제당국과 업체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통해 각종 규제 모니터링 및 준수를 자동화하는 규제 기술인 ‘레그테크’를 규제당국이 선제적으로 고도화해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이 IT(정보통신) 강국의 면모를 살려 규제당국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이룰 수 있는 양방향의 ‘스마트’한 레그테크 기반 규제 거버넌스를 샌드박스 생태계와 더불어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한국 규제혁신 패러다임으로 제안한다. 이는 비단 금융 분야 뿐 아니라 블록체인, 드론,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한국에서 모든 분야의 규제 혁명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