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일본, 불법 에어비앤비 숙소 원천 차단…한국도?

등록된 숙소 6만2000여 개 중 불법이 80%
한국, 현재 관련 법 없어 "규제는 시간 문제"
사진=연합뉴스
일본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불법으로 빈방이나 집을 해외여행객 등에게 빌려주는 게 원천 차단된다. 일본 정부는 민박업 등록을 15일부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에어비앤비는 6월15일부터 민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숙소는 사이트에서 삭제키로 했다. 현재 일본 에어비인비에 게재된 숙소는 6만2000여개다. 이중 80%가 불법으로 추정된다.

◆연간 180일만 영업 가능일본 정부는 오는 6월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을 시행한다. 법이 시행되면 민박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에 신청만 하면 누구라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법 시행에 앞서 전국 지자체는 민박업 사전신청을 15일부터 받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민박은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된 일부 지역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무허가로 영업하는 불법 민박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민박을 양성화하는 새 법률을 만들었다. 공유 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기 했다.

형식은 양성화지만 내용은 규제 투성이다. 무엇보다 새 법률이 민박업의 영업 일수를 연간 180일로 제한하고 있다. 365일 방을 돌린던 기존 호스트들은 연간 절반을 공실로 비워놔야할 판이다. 또 잘 보이는 곳에 민박이라는 표식을 걸어둬야 한다. 인근 주민으로부터 소음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경우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지자체들, 영업 원천차단 하기도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게다가 자자체들은 정부보다 더 강화된 규제를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영업 일수나 영업 가능한 지역을 독자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전국 144개 지자체 중 민박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거나, 제정을 검토 중인 지자체는 49곳에 달했다.

도쿄 오타(大田)구는 주거 전용 지역의 영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신주쿠(新宿)구는 주거 전용 지역의 경우 월요일 낮부터 금요일 낮까지는 영업할 수 없도록 했다. 효고(兵庫)현은 주거 전용 지역 뿐 아니라 학교나 보육원 주변 등에서 민박을 할 수 없도록 했다.맨션(아파트)에서도 민박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맨션 관리회사로 이루어진 ‘맨션 관리업 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전국의 맨션 80%가 관리규약 개정 등을 통해 민박을 금지키로 했다.

◆에어비앤비, 등록업소만 게재

에어비앤비는 6월 이후에는 불법 숙소를 사이트에 게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에어비앤비는 6만2000건의 민박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 이중 80%는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앞으로 지자체 민박업 등록 번호를 사이트에 입력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 이 번호가 없으면 사이트에서 지울 예정이다. 에어비앤비 글로벌 정책 담당인 크리스토퍼 레베인씨는15일 기자 회견을 열어 “건전한 관광업을 추진할 것을 약속한다”며 “기술에 의해 위법 물건을 배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호스트들은 대규모 숙소 삭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호스트는 “에어비앤비 등 중개사이트에 불법 숙소를 게재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며 “영업을 중지하거나 SNS 등 다른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민박업 진출도 활발

새 법 시행에 따라 에이비앤비 같은 중개업체들도 일본 관관청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에이비앤비는 15일 등록을 마쳤다. 대형 IT 기업이 민박 사업에 새로 참여하거나, 해외 예약 사이트와 제휴해 민박업에 진출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숙박 예약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라쿠텐(樂天)은 부동산 정보사이트 ‘라이플홈즈’와 제휴해 민박 중개사업 회사를 설립했다. 또 네덜란드의 숙박 예약사이트 ‘부킹 닷컴’과도 제휴를 맺었다. 미즈호은행도 세계 최대의 민박 중개사이트 ‘에어비앤비’와 업무 제휴를 맺고 민박업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도 규제하나?

한국은 아직 관련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과 한옥 체험업, 농가 민박업 등으로 규정해 운영되고 있다. 공유민박업은 규제프리존특별법 일부로 2016년 도입이 추진됐지만 여야 대립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영업일수 등을 규제하는 법안(규제프리존특별법, 관광진흥법 일부개정안 1·2)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 자고 있다.

그러나 일본 같은 규제가 시행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피스텔 등을 이용한 불법 영업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주택가에서는 소음, 쓰레기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불법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은 홍대인근 주민 A씨는 “분리 수거 방법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데나 내놓거나 한밤에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한다”며 “사건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은 만큼 하루빨리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초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올해 공유민박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유민박업 도입을 골자로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올 상반기 중 국회 통과를 하지 못하면 관련 내용을 포괄한 관광숙박진흥법(가칭)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방 5개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하되, 소음 등으로 주민 불편이 없도록 도시 지역 중에서 전용 주거지역은 제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공유민박업계에선 추진 중인 방안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산·강원·제주 등에 국한한 규제프리존특별법보다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완영·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군·구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활용해 공유민박 영업을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간 180일 이내에 내·외국인을 상대로 숙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에어비앤비코리아 관계자는 “공유숙박 자체가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업태인 만큼 법을 만들어 ‘규제한다’기 보다는 ‘제도화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