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정상 외교전'… 몸값 높이는 북한 "평양행 차표 못 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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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회담장'으로다음달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북핵을 둘러싼 주요국의 숨가쁜 릴레이 정상외교가 이어진다. 한·미뿐 아니라 미·일과 한·중·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핵 갈등’의 진원지였던 한반도가 유례없는 비핵화 정상회담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일→남북→한미→한중일, 한일→북일→북미' 예상
북한, 정상회담 요청한 일본에 대북제재 완화 요구
북한 '비핵화 의지' 확인 안 되면 '5월 위기설' 나올 수도
하지만 대화 정국에서 몸값이 높아진 북한이 벌써부터 직·간접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파 일색으로 외교라인을 교체 중인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경색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한·중·일에 이어 북·일 회담도 열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8일 “남북 정상회담을 4월 말에 한 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실무형이라 해도 그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국도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회담 날짜를 잡는 게 최우선이며 그다음 한·미 회담을 남북과 북·미 회담 일정 사이에 넣을 수 있을지 나올 수 있다”며 “그러고 나서 한·일 회담이나 한·중·일 회의를 어떻게 배치할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남·북·미 중심이던 북핵 대화 일정이 빡빡해진 건 ‘일본 패싱’을 우려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적극적인 행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나기로 결정하자 바로 다음날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다음달 초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표시했다.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4월 초 미·일 회담에 이어 남북 회담(4월 말), 북·미 회담(5월) 일정은 확정적으로 보고 한·미 회담은 북·미 회담 전에 열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와 북·일 회담, 한·일 회담의 성사 여부와 시기는 남북 및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북·미 회담 이후 갈등 더 커질 가능성”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 회담 성격의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 언론들은 이날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부국장이 핀란드에서 1.5트랙(반관반민) 대화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와 만난다고 보도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15~17일 스웨덴에서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을 만나 한반도 안보상황과 북·미 회담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화 정국이 ‘반짝 평화’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자로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대세를 모르면 닭 쫓던 개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논평을 통해 “미국 상전이 내든 최대의 압박 정책 수행에서 그 누구보다 앞장서 날뛰어온 것이 바로 일본 반동들”이라며 “계속 못되게 놀아대다가는 영원히 평양행 차표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대북제재를 완화하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다.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북한의 ‘조건부 비핵화’나 ‘말로만 비핵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미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북핵을 둘러싼 갈등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