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행복이 중요"… '워라밸' 실천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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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근무제올 들어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브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시간이 오는 7월부터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근무시간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기대하는 가치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1990년 이전만 해도 보다 높은 급료를 기대했다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진 1990년대에는 기업의 비전이 중요한 회사 선택 기준이 됐다. 2000년대 직장 안정성을 거쳐 2010년대에는 워라밸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유연근무 확산워라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한 근무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회사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원하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입은 기본
여성 직원에
육아휴직 2년
수험생 자녀 두면
D-100 휴직 가능도
관련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제도를 도입한 곳은 삼성전자다. 오후 1시 전까지 편한 시간에 출근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를 2009년 도입했다. 하루 4시간, 주간 40시간 범위에서 원하는 시간에 회사에 나왔다가 퇴근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도 2012년 시작했다.현대차는 매주 수요일을 ‘스마트데이’로 정하고 조기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퇴근 버스 시간도 앞당기고 저녁 식사도 주지 않는다. SK그룹에서는 SK텔레콤의 ‘자율적 선택 근무제’가 돋보인다. 2주 80시간 범위 내에서 직원이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다. 첫째주에 일이 많아 50시간을 근무하면 다음주는 30시간만 일하면 된다. LG전자도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채우는 범위에서 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퇴근 시간을 넘기면 직원들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도록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자동 로그아웃제도’를 19개 계열사 전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
워라밸이 부상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녀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직장인들의 요구 때문이다.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해 최근에는 여성 직원은 물론 남성 직원에게도 육아휴직 등을 부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직원 성별에 관계없이 90일간 ‘자녀 돌봄 휴직’을 준다.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도 2년까지 연장했다.
롯데그룹은 남성 직원이 쉽게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지원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감안해 남성 육아휴직을 1개월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남성 직원의 출산 휴가를 5일에서 10일로 늘렸다.
출산 이후 자녀를 돌보는 과정에 있는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기업도 많다. LG전자는 6세 이하 자녀를 가진 여직원이 최대 1년간 주 15~30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그룹은 자녀가 첫돌이 될 때까지 여직원의 야근을 아예 금지한다. 롯데백화점은 수험생 자녀를 위해 휴직을 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자녀를 둔 직원이 최대 100일간 휴직 가능한 ‘수능 D-100일 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직원들의 ‘쉼’도 회사가 책임
직원들의 휴가를 보장하는 것도 워라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장기간의 휴가를 자유롭게 떠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에게 2주간의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빅 브레이크’라는 프로그램으로 일반적인 휴가보다 두 배 길다. 두산그룹도 여름에는 2주일, 겨울에는 성탄절 이후 1주일간 휴가를 보내는 ‘집중휴가제’를 사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에쓰오일에서도 연중 자유롭게 2주간 휴가를 보낼 수 있다. LS그룹도 여름 휴가와 별도로 원하는 시기에 5~10일간 연속으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과장 이상 승진자가 정기 휴가에 연차 등을 붙여 한 달간 휴가를 보내는 안식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직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만드는 기업도 많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문경에 ‘힐링센터’를 설치하고 원하는 직원들이 가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심리 상담실을 회사 내에 운영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