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삶의 질 챙기는 병원들…힐링 레스토랑, 그림수업, 성 생활 교육까지

한 제약사가 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는 치료와 삶의 균형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5점 만점에 평균 4.55점이란 높은 점수를 줬다.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투병 이전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는 얘기다.

병원들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각 병원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알아봤다.경희의료원은 경희대 호텔관광대학과 함께 ‘힐링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암 환자와 보호자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단을 소개한 뒤 시식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최수근 경희대 조리과학과 교수가 직접 건강에 좋은 식재료로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조리법을 소개한다. 항산화 효과가 탁월한 커큐민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강황가루를 곁들인 닭가슴살 요리를 주요리로 대접하는 등 암 환자 맞춤 식단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또 암 환자의 가장 큰 걱정인 외모 변화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지증진센터‘를 운영 중이다. 연성대 헤어스타일리스트학과 교수진이 재능기부환자에게 적합한 가발을 추천하거나 스타일링·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미지증진센터를 통해 가발을 제공 받고 딸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뤄 감사하다고 한 환자도 있었다“며 “암 치료와 함께 질병으로 상실한 인간다움도 회복한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연세암병원은 소아암 환아들과 형제·자매가 함께 참여하는 그림 수업 ‘해오름회’를 운영하고 있다. 해오름회는 매주 월요일 2시간씩 진행되며 10여 명의 아이가 참여하고 있다. 화가가 아이들에게 직접 수채화, 아크릴화, 파스텔화, 먹화 등 다양한 그림을 지도한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5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병원 관계자는 “어떤 환아는 해오름회를 ‘만남의 광장’이라고 부른다”며 “학교 생활을 함께 할 수 없는 형제·자매가 같이 미술 수업을 들으며 추억을 쌓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2008년부터 암 환자와 배우자의 건강한 성 생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부인암·비뇨기암 전문 간호사가 환자를 상담하며 감염 예방법, 피임법, 성 관련 약물과 시술에 대해 설명한다. 장준호·조주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연구팀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혈액암 환자와 배우자 91쌍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2.8%만 성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원만한 성 생활이 중요함에도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만족스러운 성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임령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수석간호사는 “적절한 부부생활은 암 환자의 심리적 안정이 도움이 된다”며 “환자의 고민에 맞는 해결책을 소개해 암 환자의 성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암병원 암정보교육센터는 후두 절제 수술을 받은 후두암 환자에게 식도 발성법을 가르치는 ‘새소리회’를 운영하고 있다. 식도 발성법은 식도로 공기를 넣은 뒤 트림하듯 내뱉으면서 말하는 것이다. 의료진이 시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식도 발성법의 노하우를 체득한 후두암 환자 자원봉사자 6명이 교사로 활동하며 매주 소수 환자에게 발성법을 교육한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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