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미국서 4번째 호텔 인수 성사… 투자 전문사로 변신한 아주그룹

200~350실 규모만 물색
서교호텔과 비슷한 곳 매입
최적의 투자가치 이끌어내

과감하게 해외시장에 베팅
국내 호텔 과잉에 수익 감소하자
M&A팀 꾸리고 전문인력 영입
인수 호텔 적극 찾아나서

미국 중서부 유망지역에 집중
댈러스·실리콘밸리 등만 노려
객실·연회장 등 리노베이션
객실단가 치솟자 되팔아 '수익'
미국 시애틀에 있는 AC호텔 벨뷰.
▶마켓인사이트 3월20일 오전11시20분

아주그룹이 미국 호텔을 사서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호텔 전문 투자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이후 댈러스와 실리콘밸리, 시애틀 등 미국 중서부 핵심 지역에서 네 번째 투자를 성사시켰다.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주그룹의 호텔·부동산 계열사인 아주호텔앤리조트는 글로벌호텔 체인인 메리어트호텔로부터 미국 시애틀의 ‘AC호텔 벨뷰’를 인수했다.

AC호텔은 메리어트호텔 브랜드 중 하나다. 시애틀 도심인 메트로 지역에 있는 AC호텔 벨뷰는 234실 규모의 호텔이다. 지난해 12월 초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지난주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완료했다. 인수 가격은 8700만달러(약 1000억원)로 알려졌다.

1999년 10월 아주산업이 호텔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아주호텔앤리조트는 1987년 문을 연 서울 서교호텔과 하얏트리젠시제주 등 2개의 특급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호텔 투자사업은 서교호텔과 하얏트리젠시제주처럼 장기 보유가 아니라 가치를 높여 되팔기 위한 것이라고 아주그룹 측은 설명했다. 국내외 호텔사업의 목적이 서로 다른 셈이다. 미국 호텔 투자 사업은 인수자금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출자받는 대신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점만 빼면 호텔 투자에 특화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비슷하다.
아주그룹이 해외로 눈을 돌린 건 국내 호텔시장의 심각한 포화 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국내 시장은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고객 감소와 중저가 호텔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까지 크게 줄어들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아주그룹은 30여 년간 호텔 운영 노하우를 쌓았지만 신중하게 해외 투자를 추진했다. 우선 인수대상을 서교호텔, 하얏트리젠시제주와 비슷한 객실 200~350개 규모의 호텔로 좁혔다. 가장 잘 아는 규모의 호텔을 사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인수대상을 찾고 협상을 벌이는 호텔M&A팀과 인수한 호텔을 운영해 가치를 높이는 자산운영팀을 함께 가동했다. 국내외 호텔 및 호텔 프랜차이즈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 6명을 영입하고 사업 총괄을 문윤회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에게 맡겼다. 문 대표는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아들로 호텔경영의 최고 명문이라고 불리는 미국 코넬대를 졸업했다.

진출 지역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국 중서부로 한정했다. 2014년 텍사스 댈러스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 댈러스’(227실)가 1호 투자였다. 인수 후 객실, 레스토랑, 연회장, 수영장 등을 리노베이션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인수 당시 객실단가가 114달러였던 이 호텔은 2년 만인 2016년 객실단가가 143달러로 치솟았다. 아주그룹의 주식 기준 내부수익률(IRR)이 27.1%에 달했다.

실리콘밸리 인근의 웨스틴새너제이호텔.
2015년에는 실리콘밸리의 ‘홀리데이인 새너제이 실리콘밸리 호텔’(354실)을 5345만달러에 사들였다. 마찬가지 구조조정으로 127.6달러였던 객실단가를 170달러까지 올려 지난해 말 6175만달러에 재매각했다. 2년 만에 1000만달러 가까운 차익을 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인근 최고급 호텔인 ‘웨스틴새너제이’(171실)도 6400만달러에 사들였다.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지금까지의 투자 실적을 바탕으로 외부투자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해외 호텔에 투자하고 싶지만 리스크 때문에 망설이던 기업과 기관투자가가 많기 때문이다. AC호텔 벨뷰에도 국내 중견기업이 공동 인수자로 참여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