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위 암사자' 레온스카야 "자유로운 손으로 불리고파"

31일 성남아트센터서 내한공연
‘러시아 피아니즘’은 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로 이어진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특유의 세련된 감수성과 현란한 기교를 말한다. 많은 사람은 그중에서도 ‘기교’에 초점을 맞춰 칭송한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 피아니즘이 오랜 시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화려함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뒤흔드는 묵직한 강렬함에 있다.

‘건반 위의 암사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사진)도 마찬가지다. 그는 73세의 나이에도 맹렬하기까지 한 열정적 연주로 이런 별명을 얻었다.첫 내한 공연을 앞둔 레온스카야는 2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별명 짓길 좋아하고 나를 ‘건반 위의 암사자’라고 부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며 “대중에게 ‘자유로운 손’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교와 같은 요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음악을 마음껏 표현하는 음악가로 평가받고 싶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의 공연은 오는 31일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동안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은 종종 찾았지만 한국 무대엔 일정상 문제 등으로 오르지 못했다. 레온스카야는 “한국에 많은 클래식 애호가가 있다고 들었다”며 “한국인의 높은 음악성과 관심에 놀랐고 감사하다”고 했다.

옛 소련 조지아 출신인 그는 18세 때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모스크바음악원 재학 중에는 롱티보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어릴 땐 음악이 마치 게임하는 것처럼 쉽게 보였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음악이 얼마나 진지하고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냉전시대 소련의 대표적 피아니스트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1915~1997)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레온스카야는 1974년엔 그의 대타로 클래식의 본고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데뷔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빈을 근거지로 활동해왔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선택한 작곡가는 슈베르트다. 그는 “슈베르트 작품은 고전적인 스타일로 작성된 거대하고 낭만적인 텍스트 그 자체”라며 “많은 정신력을 요구하는 커다랗고 심오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초기 작품 ‘소나타 9번’으로 시작한 뒤 ‘방랑자 환상곡’, 후기의 ‘소나타 18번’까지 연주한다.

“방랑자 환상곡은 소나타처럼 4악장으로 돼 있지만 휴식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또 소나타 19번에선 슈베르트 특유의 시적인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한 것으로 바꿔놓는 것 같아요.”그는 앞으로 슈만 소나타 음반도 녹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