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꽉 막힌 스타트업 대표의 울분 "카풀앱 불법이라면 날 고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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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풀러스 대표 인터뷰“정부에서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보는 분은 과연 실제로 이용해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서비스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불법 낙인에 성장 멈춰"
출퇴근 시간 사전선택제 문제 삼은 서울시·국토부
해법 모색에는 '나몰라라'
"외국업체 질주하는데…"
동남아에서도 유니콘 등장
차라리 검찰·법원 판단 받아
접든지 다시 뛰든지 하고 싶다
승차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는 카풀 중개 서비스가 위법 논란에 휘말린 지난해 말부터 국회와 경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을 바삐 오가며 “우리 서비스는 불법이 아니다”고 호소해왔다. 서울 동교동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법에 명시돼 있다”며 “굳이 국회가 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고 행정부가 법에 나온 대로 해석하면 정리될 문제”라고 했다.정부가 붙인 ‘위법’ 꼬리표
풀러스는 스마트폰으로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를 이어주는 카풀 중개 앱이다. 2016년 5월 창업해 1년여 만에 회원 75만 명, 누적 이용 건수 370만 건을 기록했다. 네이버, 미래에셋, SK 등에서 220억원을 투자받았다.
성장 가도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풀러스는 운전자가 출퇴근 요일·시간을 골라 운행하는 ‘출퇴근 시간 사전선택제’를 도입했다. 탑승객 입장에선 24시간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음날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유상운송’이라며 경찰 조사를 의뢰했고, 국토부도 보조를 맞췄다. 풀러스 경쟁회사 럭시에서 하루 3회 이상 운행한 수백 명이 경찰서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김 대표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나서 가입자는 계속 늘었지만 운전자의 참여가 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 사이에서 “하루 세 번 이상 하면 잡혀가니 두 번만 해야 한다”는 말이 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수요(탑승객)와 공급(운전자)을 맞춰가야 하는 사업인데 수요자만 늘어 수급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토론 줄줄이 무산시킨 택시노조
정부가 ‘불법’ 낙인을 찍자 택시업계도 들고 일어났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은 국회와 서울시는 물론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한 카풀 관련 토론회까지 줄줄이 무산시켰다. 대면조차 거부하는 택시업계에 김 대표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때문에 택시업계에 피해가 생긴다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어떻게든 협의의 장으로 모셔오려 노력했다”며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김 대표는 택시업계의 ‘생존권 위협’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풀러스 탑승객은 20~30대가 대부분인데 대중교통을 타거나 자가용을 몰다 풀러스로 넘어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택시업계보다 국토부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불법 논란에 불을 붙여놓고 해결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4차산업위의 ‘끝장토론’ 결과를 지켜본 뒤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토론 판이 계속 깨지면서 진전이 없다. 김 대표는 “첫 토론이 예정된 게 작년 12월 한겨울이었는데 1월, 2월, 3월을 그냥 지나 봄이 돼버렸다”며 허탈해했다.
김 대표 주장의 핵심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빨리 결론을 내달라’는 것이다. “차라리 국토부나 서울시가 우리를 검찰에 고발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면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며 “불법으로 판정되면 처벌을 받고 서비스도 내리겠다”고 했다.“카풀 앱, 불법 아니라고 확신”
일각에서는 과거 ‘우버’나 ‘콜버스’ 사례로 미뤄볼 때 논란 소지가 다분했는데도 풀러스가 서비스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세 곳에 의뢰해 모든 가능성을 사전 검토했지만 ‘불법이 아니고 검찰도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공통된 답변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초 사업계획에 근사치로 꾸역꾸역 맞춰는 간다”고 했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야 살아남는 스타트업 바닥에서 ‘꾸역꾸역 성장’은 불안한 징조일 수밖에 없다.차량공유는 세계 스타트업들이 가장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미국 우버는 100여 개국에 진출했고 싱가포르 그랩, 인도네시아 고젝 등 곳곳에서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벤처)이 쏟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의 승차공유 업체들은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숨가쁘게 돌아가는데 그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임현우/ 배태웅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