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구해요"… 강남권 역전세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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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새 전셋값 1억~2억 '뚝'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입자를 구하는 신규 입주 단지를 포함해 대치동 학원가, 분당구까지 인기 거주지역이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신규 입주단지·분당까지 하락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는 두 달 새 1억원 이상 내렸다. 학군 이주 수요가 끝난 데다 신규 입주량이 많은 까닭에 면적이 큰 아파트 위주로 크게 하락했다. 대치동의 ‘개포우성1차’ 전용 136㎡는 지난 1월 11억~12억2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으나 이달 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중소형 아파트도 5000만원 가까이 내린 곳이 많다. ‘한보미도’ 전용 128㎡는 같은 기간 11억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거래가가 낮아졌다.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1월 9억~10억원 사이의 거래가 많았지만 3월에는 8억4000만~9억원으로 내렸다. 지금은 8억원에 전세를 놓은 집주인도 있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 적체가 심해져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대 석 달째 거래가 안 되는 사람, 한 번에 2억원을 낮춰 조정하는 소유주도 있다”고 전했다. 전셋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2년 전 계약한 전세 금액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줘야 하는 ‘잔금 대란’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세입자를 찾는 단지들의 전세가도 1억~2억원가량 뚝 떨어졌다. 6월 입주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의 ‘아크로리버뷰’ 전용 84㎡는 당초 14억~15억원에 세입자를 구하는 물건이 나왔지만 지금은 12억~13억원으로 떨어졌다.송파구 가락동의 ‘송파 헬리오시티’는 12월 입주 예정이지만 입주 10개월 전인 지난달부터 세입자를 구하는 물건이 일선 중개업소에 나왔다. 전용 84㎡ 전세가는 당초 8억5000만원 이상에 형성돼 있었으나 현재 7억원에 임차인을 찾고 있다. 9510가구의 대단지인 까닭에 연말 이 단지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 전세가가 앞으로 더 하락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준강남권으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분당선 서현역 역세권으로 전세 인기가 좋은 서현동의 ‘시범한양’ 전용 134㎡는 이달 6억~7억원 사이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1월에는 7억~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한신’ 전용 84㎡도 5억5000만원 부르던 전셋값을 2주 만에 5000만원 내렸다.
서현동의 A공인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보다 전세 계약이 적은 까닭에 2000만~5000만원 빠지는 등 전체적인 하락세”라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구 전세가 변동률은 6주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6일(-0.43%)부터 낙폭이 확대돼 이달 5일(-0.29%), 12일(-0.31%) 모두 크게 떨어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