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근간 흔드는 '친노동 개헌안' 논란
입력
수정
지면A1
News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공개되면서 개헌 논의가 불붙었다.
청와대, 3일에 걸쳐 발표… 대국민 홍보전 돌입
노조의 경영 참여·정치 파업을 헌법으로 보장
부마항쟁, 5·18, 6·10 항쟁 이념 전문에 추가
청와대는 20일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前文)과 기본권 분야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 권한을 넓히는 내용의 개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본권 가운데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친(親)노동 개헌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노동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노동시간만으로 가치를 측정하는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수준 임금 지급’ 의무를 신설했다. 또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 ‘노사 대등 결정 원칙’을 명시해 사실상 노조의 경영 참여를 허용했다. 노동자 단체행동권의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의 보호’로 확대한 것은 노조 정치파업의 합법화 길을 열어줬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기본질서를 무시하고 시장경제 원칙을 뒤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역 군인을 제외한 공무원의 노동 3권도 인정했다.
헌법 전문에는 기존 4·19 혁명 외에 부마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세 개 민주화 운동의 이념이 새로 담겼다. 청와대는 21일 개헌안의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분야, 22일엔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정부 형태 분야 개헌안을 차례로 설명한다. 릴레이 대(對)국민 홍보전을 연상케 한다. 오는 26일 개헌안 발의에 앞서 여론전을 통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개헌 동력을 살려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6월13일)와 동시에 개헌을 하기 위한 ‘방아쇠’를 당겼지만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야 4당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