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선거구 무산' 서울시, 재의 요구하지 않기로

시민단체, 위헌 소송 제기 검토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의원 4인 선거구를 '7곳'에서 '0곳'으로 없앤 조례 수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서울시 관계자는 21일 "재의 요구를 하더라도 시간 제약에 걸리는 데다, 시의회 구조상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의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공직선거법상 이날까지 기초의원 선거구와 의원 정수를 확정하게 돼 있으며 이후에는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전날 서울시의회에서 4인 선거구 도입을 무산시킨 '서울특별시 자치구의회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고성과 몸싸움 끝에 의결되자 정의당·바른미래당 등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의 요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정의당은 "재의 요구조차 하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저지른 날치기 통과 뒤에 박원순 시장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박 시장이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용석 서울시의원은 "박 시장이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은 시장이 위촉해 수개월 간 활동해 온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박 시장은 평소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말해왔는데, 그간의 말들이 진심이었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고 밝혔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시민사회 내에선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의회의 선거구 획정 조례 '날치기 통과'를 묵인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기초의원 선거구는 각 시·도가 구성한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해당 시·도의회가 조례로 확정한다.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획정위가 만든 초안에서 35개였던 4인 선거구는 시의회에 보내는 확정안에서 7개로 축소됐고, 시의회는 다시 이를 0개로 수정했다.

시의회 다수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4인 선거구는 정당과 관계없이 득표율 순서로 4명의 당선자를 선출하기 때문에 2인 선거구와 달리 소수 정당의 의회 진입이 수월하다.

올해 서울시를 비롯한 각 시·도의회가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도입과 관련한 내홍을 겪은 것은 거대 양당이 연합해 반대한 점 이외에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이 늦게 통과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국회는 지난 5일에야 '6·13 지방선거'의 선거구를 획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가 확정안을 만들고 시·도의회에 보내 의결하는 데 불과 15일밖에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4인 선거구 축소에 따른 소수 정당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이달 21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하는 탓에 경상남도를 빼고는 재의 신청을 한 곳이 없었다.

경남도는 지난 19일 도내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한 조례 수정안에 대해 한경호 지사 권한대행이 재의를 요구해 20일 도의회가 재의결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그대로였다.

전체 도의원 55명 중 한국당 소속 43명만 표결에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4인 선거구를 4개로 축소한 안을 가결했다.

경남도 선거구획정위가 제시한 4인 선거구는 14개였다.

4인 선거구 확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은 헌법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하승수 대표는 "4인 선거구는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며 "서울시의회에서 의결된 선거구획정안을 면밀히 분석한 뒤 인구 편차가 큰 경우 위헌 소송 제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라는 입법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이를 지방선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