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발전소·광화문역 등장하는 오페라의 실험

서울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산업화 상징 당인리서 만나는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

전동차 멈춘 새벽 광화문역서
초혼제로 연인 부르는 오르페오

동시대성 살리고 새 감각 더해
오페라 관객 공감대 넓히기
‘2018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에서 5월4~6일 선보이는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서울시오페라앙상블 제공
‘오페라’하면 많은 사람이 과거 유럽 귀족들의 일상과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오페라가 뮤지컬에 비해 대중화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다.

이런 오페라 음악계에 변화의 밀알이 될 만한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서울시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다. 원작의 언어, 음악 등은 그대로 살리지만 시대와 장소를 바꾸고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투란도트는 서울 당인리발전소(정식명칭 서울화력발전소)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광화문역을 배경으로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동시대성을 담아내고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전략이다.◆현재 자화상, 미래 메시지 담은 ‘투란도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는 다음달 26~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원작에선 중국 고대를 배경으로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가 만나 사랑한다. 반면 이번 공연에선 한국 산업화의 상징인 당인리발전소를 무대 배경으로 한다. 작품을 맡은 장수동 연출가는 “오페라도 매번 똑같은 판타지만 올릴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당인리발전소 굴뚝은 한강의 기적과 근대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자화상은 물론 미래를 향한 메시지도 담는다. 칼라프 왕자는 기계 문명의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은 뒤 빙하로 덮인 당인리발전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생존자들과 투란도트 공주를 만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세 명의 신하로 감초 역할을 하는 ‘핑, 팡, 퐁’은 극심한 미세먼지로 숨을 쉬기 힘들어 산소마스크와 산소통을 멘 채 등장한다. 장 연출가는 “‘매드맥스’나 ‘투모로우’ 등 재난영화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경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며 “투란도트에도 이를 접목해 칼라프가 3개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동안 관객들도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칼라프 역은 테너 한윤석, 박지응이 맡고, 투란도트는 소프라노 이화영, 이윤정이 소화한다. 전주시향 상임지휘자인 최희준의 지휘로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 2만~12만원.

◆한국 정서 담은 광화문 연가 ‘오르페오~’

‘2018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인 서울시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오는 5월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아내 에우리디체를 살리기 위해 지하세계로 떠난 오르페오가 ‘지상에 이를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령을 어겨 비극으로 끝난다는 내용의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이 공연은 김재희가 연출을 맡았으며 거리 악사인 오르페오가 지하철 사고로 아내를 잃는 설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초혼제, 진도 씻김굿, 바리데기 신화를 덧대어 한국 고유의 한도 담아낸다. 서울시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이기도 한 장수동 연출가는 “광화문은 많은 사람의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장소”라며 “우리 고유의 한을 풀어낸 이 작품을 2015년 밀라노에서 선보였는데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소극장 규모로만 하다가 처음으로 대극장에 올리게 됐다”며 “우리만의 오페라가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오르페오는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정수연과 카운터테너 사성환이, 에우리디체는 소프라노 이효진, 박지영, 강혜정이 맡는다. 이 오페라 원작은 1762년 크리스토프 글루크가 작곡한 바로크 오페라다. 오르페오 역을 메조소프라노가 맡도록 작곡됐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천안시향 상임지휘자 구모영의 지휘로 연주한다. 1만~15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