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물러나는 '중소기업 홈쇼핑업계의 간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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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검찰 압박에…강남훈 홈앤쇼핑 대표 전격 사퇴정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63)가 21일 물러났다. 강 대표는 2012년 설립된 홈앤쇼핑을 6년간 이끌며 성공 신화를 쓴 경영인이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홈앤쇼핑은 설립 5년 만에 취급액 2조원을 넘었고, 홈쇼핑 업체 중 모바일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압박과 채용비리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와의 갈등 등이 겹치며 결국 낙마하게 됐다.
홈앤쇼핑 성공 이끈 경영인
업계 최저 판매수수료 도입…모바일 유통시장 집중
창업 후 6년간 흑자 기록
정부서 사퇴 압력
채용비리·중기부와 갈등…일부 사외이사, 해임 촉구
업계 "정부 의향 반영됐다"
중기부 "강 대표 독단적 경영 줄곧 문제돼 왔다"
홈앤쇼핑 탄생 산파 역할홈앤쇼핑 이사회(의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는 이날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강 대표가 제출한 사퇴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일부 이사의 요청으로 강 대표 해임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사회 시작에 앞서 “주주들과 이사 간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스스로 대표이사 및 이사 사임계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새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권재익 이사(지오크린텍 대표)를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또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1개월 안에 대표이사 공모 및 선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강 대표는 전날까지도 “이사회소집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으나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강 대표는 홈앤쇼핑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 출신이다. 그는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 시절 홈쇼핑 설립을 준비하고 인가를 받는 등 2011년 12월 홈앤쇼핑이 출범하는 데 산파역을 했다. 이듬해 5월 사장으로 취임해 약 6년간 홈앤쇼핑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3월 3연임에 성공해 2020년까지 회사를 이끌 예정이었다. 그는 재임 기간 줄곧 흑자경영을 해왔다. 홈앤쇼핑은 2013년 취급액 1조원 돌파, 2016년 취급액 2조원 돌파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영업실적은 취급액 2조1517억원, 영업이익 485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을 위해 판매수수료를 가장 낮게 책정하는 등 공익을 실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GS CJ 현대 롯데 NS 등 주요 홈쇼핑 업체 5개의 평균 판매수수료가 31.0%인데 홈앤쇼핑은 19.5%로 11.5%포인트나 낮았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납품업체 결제도 타사보다 15~20일 빨랐고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에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바일 유통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모바일 시대 도래에 맞춰 2013년부터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앱(응용프로그램)은 작년 말 기준으로 이용자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회사 전체 취급액의 80% 이상이 모바일 구매에서 나온다. 지난해엔 모바일 구매액이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경쟁상대인 중소기업 전용 공영홈쇼핑의 지난해 취급액 5828억원, 영업손실 47억원과 대비된다.정부 측에서 해임 추진
강 대표의 이런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일부 이사는 최근 그의 해임을 요구해왔다. 강 대표는 지난해 사옥 건축 사업자 선정 과정 및 배임 의혹(혐의없음으로 종료) 등으로 회사가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회에서 고교 동창인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관련된 인사청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홈앤쇼핑의 주요 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를 산하기관으로 둔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차례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감사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내왔다.중기부 관계자는 “강 대표의 독단적인 경영 때문에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며 “대주주인 공공기관(기업은행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이 왜 나서서 관리감독을 하지 않느냐고 질타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를 ‘독선적이고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강 대표 해임을 위한 이사회 개최는 중기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홈앤쇼핑 주주는 중소기업중앙회(32.93%), 농협경제지주(15.0%), 중소기업은행(15.0%), 중소기업유통센터(15.0%), 기타(22.07%) 등이다. 그의 사임 여부에 키를 쥐고 있던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다른 이사들의 의견을 듣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강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던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조아란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