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이오제약 시대의 R&D

정현호 < 메디톡스 대표 medytox@medytox.com >
바이오 시대를 맞아 생명공학기술(BT)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연구개발(R&D)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언급된다.

필자가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품고 있는 변치 않는 꿈이자 목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R&D 기반의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R&D 기반이란 세상에 통할 수 있는 의약품을 연구개발에 기초해 개발해내겠다는 회사 비전에 따라 연구개발 분야 최고 인력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속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현시점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해야 하는 바이오제약업계는 기존 제품을 개량하거나 차별화된 신약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한 초석이 바로 R&D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세상이 예상하지 못한 차별화된 의약품 개발로 세계 일류 기업 반열에 오른 여러 바이오제약 기업을 봐왔다.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매출의 15~30% 이상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중장기 투자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끝까지 개발을 밀고 나갈 경영진과 R&D 부서의 추진력도 뒷받침돼 있다.

또한, 연구개발을 가장 잘하는 전문가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성공한 바이오제약 기업 경영자들은 ‘인적 투자’를 그 어떤 부분보다 중요시한다.

이는 필자도 매우 공감하는 대목이다. 결국, 연구원의 전문성과 열정, 그리고 환자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겠다는 소명감 없이 투자만으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낼 수 없다.마지막으로 이들은 정직한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통계를 보면 신약 개발에 평균 10년 이상,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 성공률은 10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성공한다. 실패 속에서 성공 노하우를 철저하게 학습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강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금이 중대 변곡점이라고 본다.단기 성과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인내해 목표를 이루는 기업이 계속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1등 국가이자 BT산업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