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관둔 '왕훙 교수' SNS 강의로 연봉 85억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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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
지난해 2월,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 교수로 재직 중인 쉐자오펑 씨(50)는 유료 지식 공유앱(APP)에 '쉐자오펑의 베이징대 경제학 강의'를 올려놓았습니다. '희소성'과 '수요 공급의 법칙' 등의 내용을 담은 그의 강의는 인기를 끌면서 9개월 만에 수강생이 2000만명을 돌파하게 됩니다.

쉐 교수는 온라인에서 '왕훙(網紅·SNS 상에서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개인) 교수'로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쉐 교수는 1991년 선전대 응용수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로스쿨(Northwestern University School of Law)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한 뒤 2010년부터 베이징대 법률 경제학 연구센터 교수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왕훙 교수'로 유명해지기전 그는 인터넷에서 '공짜가 가장 비싼 것', '설 명절 기차표 예매난 해결 방안은 가격을 올리는 것' 등 각종 발언들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쉐 교수는 단돈 199위안(약 3만4000원) 짜리 강좌로 1년 만에 5000만위안(약 85억원)의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그는 결국 지난 10일 스스로 교수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주요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지만 과감한 결정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수익을 낸 쉐 교수가 전문 '왕훙'으로 변신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요즘 중국에서는 이 같은 인플루언서(Influencer), 이른바 '왕훙'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의사, 교사, 공무원 등을 많이 선호할 것 같지만 왕훙이 수년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망하는 직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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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훙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고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콘텐츠 혹은 아름다운 '미모'를 무기로 잘 나가는 왕훙은 억대수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중국 최고 인기 왕훙 '파피장'은 2년전 알리바바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화장품 10억위안(약 1696억원)어치 팔아치웠습니다. 또한 모델 출신 왕훙 '장다이'의 경우 라이브 방송에서 2시간 만에 2000만위안(약 34억원)어치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왕홍들이 화제가 되면서 중국내 '왕훙'의 수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 입니다. 중국 리서치 업체 이관에 따르면 지난해 팔로워 1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왕훙의 수는 전년 대비 57.3% 증가했습니다. 주로 웨이신,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왕훙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왕훙 경제'란 용어가 생겨났는데요. 이관은 "직접 생방송을 통해 제품 정보를 얻고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왕훙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왕훙 산업 규모는 811억위안(약 13조8000억원), 올해는 1016억 위안(약 17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와 지우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왕훙 마케팅 효과가 크자 이들은 점차 기존 뷰티, 패션, 게임 분야에서 여행, 음식 등 다양한 분야로 옮겨가며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이라고 칭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 입니다. 한 번 스타덤에 오르면 엄청난 인기와 부를 거머쥐다 보니 앞으로 '왕훙 경제'는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창업'과 '인터넷플러스' 등 IT산업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이들의 콘텐츠 파워가 커지게 되면 머지않아 아시아에서 '한류' 대신 '중류'가 불어닥칠 것만 같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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