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한숨 돌렸지만… 한·미 FTA서 '자동차 추가 양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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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미국 정부가 22일(현지시간) 한국을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한국 통상당국 내에선 ‘한시름 덜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철강관세 부과 대상서 한국 등 7개국 제외
FTA 개정협상과 연계
자동차 개방 압박은 거세질 듯
한국 안전·환경기준 완화
픽업트럭 관세 유지가 쟁점
다만 미국이 철강 관세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연계하겠다고 공식화한 점은 부담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요구해온 ‘한국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은 물론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트럭의 관세 철폐가 현재 한·미 FTA 조건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관세 폭탄 피했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철강 관세 면제 협상이) 다음달 말까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서명한 행정명령 발효일(23일) 전 협상이 만료돼야 한다는 기존 예상과 차이가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영구적인 철강 관세 면제를 협상하는 동안 일부 국가에 관세 부과를 연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철강 관세 면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주요 국가에는 행정명령 적용을 다음달 말까지 늦춰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일부 국가는 관세 부과를 유예해주면서 면제 협상을 계속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예정대로 발효일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FTA 개정 협상 결과를 보고 철강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멕시코 캐나다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철강 관세 부과를 일시 면제받았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호주 아르헨티나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관세 면제 협상을 시작했고 브라질과도 곧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브라질이 면제되면 캐나다 멕시코와 더불어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4개국이 모두 관세를 면제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관세 부과 대상은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만 남는다.
◆한국, 자동차 양보하나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 “마지막 몇 개 이슈를 남겨놓고 있다”며 “곧 하원 세입위원회를 기쁘게 할 단일한 협상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액은 146억5100만달러인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16억8500만달러였다.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차가 고전하는 이유를 국내 안전·환경기준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차는 연간 2만5000대까지 한국 안전 기준을 맞추지 않고 미국 기준만 맞춰도 한국에서 팔 수 있는데 미국은 이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미국이 자국 픽업트럭(뚜껑 없는 적재함이 설치된 소형 트럭)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이 차종의 관세 철폐 기간을 늦춰달라고 요구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미국은 한국산 트럭을 수입할 때 25%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현행 한·미 FTA 규정에 따라 내년부터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1년까지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한국 완성차 업체는 미국에 픽업트럭을 수출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진출을 고려해왔다.
이태훈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