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기 전대 '갈등의 핵' 부상 조짐…홍준표 vs 중진 충돌

홍준표, 조기 전대 군불 때기…다시 대표되면 21대 총선 공천권 행사
중진의원, 강력 비판…"홍준표, 다음 총선 공천권 행사 마각 드러내"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자유한국당의 '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사실상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당내 반홍(反洪) 성향의 중진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중진의원들이 앞으로 정례적으로 모여 당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로 해 향후 홍 대표와 중진의원들의 갈등이 더욱 확산할지 주목된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제기했다.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홍 성향의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 반홍 진영의 반대를 누르고 다시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중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헌 제27조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인 경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이에 따라서 홍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 대표직을 내놓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세 자리가 공석이라는 사실도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조기 전당대회가 홍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고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당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현 체제에서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인데,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 다시 당 대표로 선출되는 경우 임기가 2020년 6월까지로 늘어나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이주영(5선)·나경원·유기준·정우택(이상 4선) 의원 등 4명의 중진의원들은 22일 간담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영 의원은 비공개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달라는 것은 (공석인) 3명의 최고위원을 보임해 최고위원회의를 제대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당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3명의 최고위원에 대한 보임 없이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또 정우택 의원은 "다음 총선까지도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마각을 어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임기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방식을 통해 연장되면 '홍준표의 독주'가 한층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일절 열지 않고 있고,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바퀴벌레', '연탄가스', '고름', '암 덩어리' 등의 거친 표현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의 임기가 연장되면 일방통행식 당 운영이 노골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진의원은 아니지만,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선거 이후 당권 경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며 "정당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공천을 신청한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입장문을 통해 "홍 대표는 대표로서의 자질과 지도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에 선거 대책의 전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진의원들이 오는 29일 오전 다시 간담회를 여는 등 당분간 정례적으로 만나기로 하면서 향후 대응 수위가 더욱 높아질지도 주목된다.다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진의원이 전체 20명 가운데 4명(20%)에 불과할 정도로 중진의원 간 결속력이 약하고, 이들 의원이 당내 미치는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아 홍 대표를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