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정부 P2P 규제, 부작용 우려된다”

국내 1위 부동산 P2P 대출업체 ‘테라펀딩’
6만원짜리 땅 경매에서 2600억 굴리는 업체로 성장

테라핀테크(테라펀딩)는 국내에서 가장 큰 부동산 P2P(개인 간 거래) 대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중소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설립 4년 만에 누적 대출액이 2600억원을 넘었다. 지난 1월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는 부동산 경매 전문가다. 부산 지역에서 부동산 경매를 처음 시작한 뒤 십수 년간 관련 투자를 해왔다. 최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양 대표를 만나 사업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회사에는 저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고 했다. 양 대표는 부산 HSBC에서 첫 직장을 다녔다. 대출 상담을 하면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생겼지만 돈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토지 경매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토지 경매는 소재지를 파악하러 다니는 것도 어려웠고 진입장벽이 적지 않았다. 그는 결국 토지 경매는 포기했다. 양 대표는 “6만원짜리 땅을 보러 가는데 수익보다 기름값이 더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건물 경매로 다시 눈을 돌렸다. 첫 경매에서 1000만원의 수익을 낸 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8년간 소위 ‘특수물건’이라고 부르는 법적 관계가 복잡한 부동산 경매를 주로 다뤘다.

전업 투자자 생활을 하면서 양 대표는 소규모 주택 건설자금 대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시공사나 하도급 업체에 줄 공사대금이 밀려 경매에 나오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미국의 부동산 P2P 대출업체 ‘리얼티모굴’의 기사를 접하면서 이를 모델로 삼아 2014년 3월 테라핀테크를 창업했다.양 대표는 “영세 시공업체들은 30%가 넘는 금리로 대출하는 경우가 잦다”며 “은행권에서 외면받는 소규모 업체를 위한 금융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테라펀딩이 출시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서비스 / 출처=테라펀딩 홈페이지
테라핀테크는 테라펀딩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지난 2년간 누적 대출액이 20배 이상 급증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 됐다. 양 대표는 “규모는 크지만 기존 금융권이 다루기 꺼려했던 시장에 뛰어든 게 성장의 이유”라고 말했다.

테라펀딩은 위험 관리를 위해 건설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건설업계 전문가들을 다수 채용했다. 이들은 건설 현장을 살펴보며 부실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 공사 기간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출 심사역도 업계에서 10~20년 이상 일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양 대표는 “부동산은 정량적 평가보다 정성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은 개인투자자의 P2P 업체당 투자한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부동산 관련 P2P 업체는 부동산 투기 과열과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제외됐다.

양 대표는 “후발 P2P 대출업체는 투자금을 모아야 하니 더욱 고금리를 내세울 것이고 이는 부실 채권이 될 가능성을 높여 투자자를 더욱 위험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라펀딩의 목표는 중소업체들에 건설 비용을 낮춰주고,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