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쓴소리·웃음 오간 삼성전자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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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와 기관투자자, 권오현 회장, 신종균 부회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다.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발행주식 액면분할 △정관변경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이 다뤄졌다.
의안 상정에 앞서 김기남 DS부문장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등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사업부문별 경영현황과 관련해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주주는 “최근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하고 있는데 주주입장에서 걱정된다”며 “어떤 대응 방안을 갖고 있나"고 물었다. 이에 김기남 사장은 “최근 중국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 반도체 부문에 진입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다른 산업보다 기술 장벽이 높다”며 “단기간 대규모 투자만으로 기술 벽차의 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지만, 자만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진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평택공장 정전에 대해 우려를 표한 주주의 질의에 김 사장은 “현재 완전히 복구한 상태로 직접적 손해는 5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30여년 간 여러 번의 사고를 통해 사고방지를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나, 새로운 환경이나 조건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주주는 50대 1 액면분할에 대해 “10대 1로 액면분할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권오현 회장은 “10대 1 액면분할을 해도 25만원이라 고가의 주식”이라며 “검토를 안한건 아니지만, 코스피 평균 지수를 반영해 50대 1로 하는게 소액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불만과 당부도 나왔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의 청소기를 믿고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먼지들을 잘 빨아들이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를 사용중인데 요즘 스마트폰은 일체형뿐이다. 배터리가 예전처럼 2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동진 사장은 “일체형으로 나오는 배터리는 만져서는 안 되는 위험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한자릿수로 하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문제점을 고치는 응축된 일을 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은 굉장히 복잡한 시장이지만 간과한 부분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접근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한 때 주총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한 주주가 주총의 느린 진행을 지적하면서부터다. 그는 “사내이사 선임 등은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시간을 끌게 뭐 있나”라며 “빨리빨리 처리하고 50대 1 액면분할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이에 권오현 회장을 비롯한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회장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한다"며 급히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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