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對中) '관세 융단폭격'… "첫 번째 조치일 뿐" 추가 공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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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통상 전면전' 보복관세 치고받아‘슈퍼 파워’ 미국과 중국이 통상전쟁에 들어갔다. 올 들어 세탁기·태양광 패널, 철강 등 단일 품목을 놓고 ‘육박전’을 벌이다 각각 1300개, 128개 품목에 ‘융단폭격’ 형태로 보복관세를 때리는 전면전에 나섰다. 양국의 복잡한 정치상황까지 겹쳐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태양광·철강 이어 지재권 침해에 '관세폭탄'
IT·로봇·우주항공 등 중국 전략산업 정조준
장기전 태세…로스 상무 "대화로 풀 수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서명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행정명령은 지난해 8월부터 준비됐다. 시기를 저울질하다 철강 관세 부과(23일) 하루 전에 추가로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투자제도와 시장 규제를 통해 현지 진출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조직적으로 탈취해왔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그로 인한 피해액이 48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호혜적(reciprocal)’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미국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하는 데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도 그만큼의 관세(현재는 2.5%)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정교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덜 가는 첨단 상품 위주로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중국의 산업 진흥책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10년 후 주력 산업으로 IT와 로봇, 항공우주, 통신설비 등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 기술을 빼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품을 골라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관측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해 기술을 빼가는 것도 방지하기 위해 재무부에 중국의 대(對)미 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중국 투자 기업들 좌불안석
이 같은 조치는 2016년 대통령선거 당시 거론된 ‘국경세’와 같은 개념이다. 중국 수입제품 전량에 45%의 관세를 매기는 대신 대상과 세율을 조정한 ‘미니 국경세’ 형태다.미국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시점이 ‘대중 강경파’ ‘원조 보호무역주의자’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정책국장의 현장 복귀 시점과 맞물리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통상법 201조(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통상법 232조(국가 안보를 위한 수입제한조치)처럼 얼마든지 더 강경한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CNN머니와 CNBC 등 미국 방송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본격화하면 대중 투자를 가속화하는 보잉과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300대, 총 370억달러(약 40조원)어치를 판매하는 계약을 중국과 맺었다. 지난해 중국 매출 규모는 12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했다.
보잉은 중국이 향후 20년간 1조달러(약 1080조원)에 달하는 항공기를 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보잉과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거래처를 유럽의 에어버스로 바꾸면 그 타격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애플 인텔 퀄컴과 같은 미국의 다른 IT 기업도 비슷한 처지에 내몰릴 것으로 관측했다.
◆대중 봉쇄 장기전 준비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600억달러(또는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는 미국과 중국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작은 부분”이라며 “어느 정도의 보복은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세상이 끝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번 활시위가 당겨지는 일은 있겠지만 결국엔 협상에 의한 타결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외적인 발언보다 내부적으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대외정책에서 선명성과 성과를 원하는 미국이 당분간 중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미국이 중국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압박하고, 동맹국에 철강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반중(反中) 연합전선’을 제안한 것 등이 그런 맥락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