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악 오색케이블카 '불가→추진'으로 변경… 환경부에 무슨 일이

"박근혜 정권 지시로 비밀TF가 조작" vs "말도 안되는 소설"

적폐청산위원회 '백지화' 권고
"두 차례 불허된 설악산 케이블카
대통령 지시 등으로 재추진
비밀TF, 종합검토보고서 관여
부결됐던 사유 바꿔 통과 유도"

적폐청산 대상으로 내몰린 TF
"TF는 민간전문위원회 보조적 성격
자료 조작 불가능한 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경부 적폐청산위원회(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사실상 ‘적폐’로 규정하면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위원회가 23일 “지난 정부 때 환경부 내 비밀 태스크포스(TF)가 정권의 지시를 받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려고 근거를 조작했다”고 하자 환경부는 “위원회의 (감사 등 재검증 작업) 제안이 온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권고안대로 추진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무산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가 자체 적폐청산을 위해 구성한 위원회의 결론인 만큼 권고를 물리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2001년 강원 양양군이 경제 타당성 연구를 시작한 뒤 18년째 삽도 못 뜨고 있다. 세 차례의 설치계획 변경 끝에 국립공원위원회의 설치계획 승인을 받고 작년 11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업허가도 받았다. 이제 남은 과정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다. 그런데 제도개선위가 2015년 허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향후 환경영향평가도 부동의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위원회가 적폐로 몬 이유로 제시한 ‘조작’ 여부에 대해서도 정반대 주장이 제기돼 치열한 진실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TF가 ‘비밀 TF’로 둔갑”

적폐청산위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근거로 ‘비밀 TF’를 들었다. 2015년 국립공원위의 설립인가 과정에 환경부가 비밀 TF를 통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비밀 TF가 국립공원위의 심의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작성에 개입했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국립공원위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됐는데 비밀 TF가 민간위 검토보고서 등을 조작해 승인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당시 TF에 참여한 환경부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비밀 TF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다”며 “이 TF는 2012년과 2013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됐을 때도 공개적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TF의 역할은 민간전문위의 보조 성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TF에서 활동한 민간 전문가들도 “TF가 검토보고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구조”라며 “조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민간 전문가는 “분과별로 스무 명 정도의 전문가가 민간전문위에 참여하고 산하기관, 용역기관 등 여러 사람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때문에 TF가 자료를 조작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전문위 소속 한 대학교수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서 분과별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자료가 미흡하면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요청하기 때문에 설사 TF가 자료를 조작했더라도 전문가들에게 걸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학술적 의견 배제?적폐청산위는 비밀 TF가 자료 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케이블카 설립 반대 근거인 학술적 의견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구간이 수령이 오래된 숲과 신갈나무림이 분포하는 극상림지역인데 이 같은 학술적 의견을 숨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TF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학술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였다”며 “충분한 토론이 제기됐고 그 의견이 배제됐다고 보는 것도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적폐청산위는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가 아닌 것처럼 했다’는 내용도 근거로 삼았다. 당시 TF는 산양 개체 수를 한 마리로 제시했는데 다른 평가서에서 30~50마리 안팎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온 것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숫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산양 서식 여부는 양양군 자료를 토대로 사실 확인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 작업을 거쳤다”며 “조사 기간이 짧았거나 산양을 발견하기 어려운 시기였을지 모르겠으나 조사 자체는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적폐청산위는 이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년부터 시행하려다 자동차업계 반대로 2020년 이후로 연기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다시 입법화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신뢰성과 투명성, 주민 참여 등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