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북미정상회담 성공열쇠, 워싱턴·평양아닌 서울에 있다"

"문 대통령 역할 중요…북한이 남한 믿게 되면 북미회담도 성공"
"청와대, 회담 준비만큼 남남통합도 중요…제1야당 대표 만나야"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대북특사로 파견됐던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23일(현지시간) 조만간 잇따라 열리게 될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열쇠는 워싱턴이나 평양보다 서울에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또 정 의원은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만큼 '남남통합'도 중요하다면서 남남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만나 정상회담 진척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 껴안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EU(유럽연합) 의원 정례합동회의를 위해 최근 브뤼셀을 방문한 정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오는 4월과 5월에 열릴 예정인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분석·전망하며 문 대통령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정 의원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규정한 뒤 "북미정상회담보다 더 중요한 게 남북정상회담"이라면서 "북한이 남한을 믿게 되면 북미정상회담도 성공한다"고 내다봤다.그러면서 "(남북·북미회담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워싱턴이나 평양보다 서울에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 인정 욕구가 강하다는 점이다.

그게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중요한 모티베이션"이라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한 전임자인 오바마, 부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북핵 협상을 성공한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다만 정 의원은 북한과 미국을 그대로 놔두면 둘 다 대화에 취약해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문 대통령이) 5월 북미정상회담의 매치메이커(중매) 역할을 했는데, 우리가 미국을 얼마나 끌어당기고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전제조건이나 실무적·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따져서는 안 되고 이견이 드러나면 김 위원장과 터놓고 통 크게 한번 하자, 역사를 바꾸자, 냉전을 뛰어넘자고 얘기해야 한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잘되면 북미(정상회담)가 안될 수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평양이라고 본다.김 위원장이 (평양회담을) 원할 것이고, 트럼프로서도 평양에 가면 그의 움직임이나 동선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의원은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국내 보수와 진보세력간 갈등이 첨예화하는 것과 관련, "어떤 면에서는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남남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남통합의 핵심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껴안고 가느냐는 문제다.문 대통령은 홍준표 대표와 허심탄회하게 단둘이 만나서 남북정상회담 진척상황에 대한 정보도 주고 껴안고 가야 한다"면서 "남남통합은 대통령이 야당과 자주 만나면 된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