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호타이어 노조 '10년 고용보장'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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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세상에 10년간 고용을 보장해 주는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과거 산업은행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던 한 전문가는 최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의 요구가 ‘선’을 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라면 몰라도 시장경제 체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0년 고용보장이라는 노조 측 요구 자체가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이나 정치권, 언론 모두 이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노조 요구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고도 지적했다.금호타이어 노조는 중국 더블스타의 자본 유치를 반대한다며 2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지난 22~23일 광주광역시로 가서 노조와의 면담을 타진했지만 불발됐다. 노조가 사실상 10년 고용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서다. 더블스타가 제안한 고용보장 기간(3년)과 차이가 크다.
하지만 10년 고용보장은 민간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고용보장은 회사 경영이나 수익이 악화돼도 약속한 기간만큼은 직원 임금을 줄이거나 퇴사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통 다른 기업으로 인수합병될 때 피인수 기업 직원에게 1~3년간 고용보장을 제공한다. 인수자가 피인수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력들의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일할 기회를 주는 차원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은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며 “자선사업도 아니고 10년씩 고용보장을 해 주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사업 환경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경영 전략도 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삼성 같은 기업도 10년간 인력을 조정할 수 없다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0년 고용보장이라는 요구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자구합의서 제출 시한인 이달 30일까지는 며칠 남지 않았다. 노조가 지속 가능한 고용보장을 원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회사 정상화 방안 논의에 힘을 보태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논의 의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