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 신정필 세양 대표
입력
수정
지면A19
치과용 전기모터 中·러시아 등 112개國에 수출치과 기공용 마이크로모터 제조업체인 세양의 신정필 대표(69)는 요즘도 한 달에 1회 이상 해외전시회에 참가한다. 누적 횟수는 300회를 훌쩍 넘어섰다. 그는 “1990년 수출을 시작할 때 독일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비행기 티켓과 호텔비, 통역비, 체류비, 인건비 등 회사의 두세 달 치 (영업)이익을 쏟아부어야 했다”며 “세계 시장에 우리 제품을 팔겠다는 생각으로 연간 이익 전부를 전시회에 쏟아부은 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치과 기공용 마이크로모터
임플란트 시술용 드릴 제조
2000만弗 수출탑 수상
대구에 100억 들여 제2공장
R&D 주력… 특허 18건 등록
세양은 러시아·인도·중국·미국 등 총 112개국, 350여 명의 바이어에게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47억여원의 96%를 해외에서 벌었다. 신 대표는 이 같은 공로로 26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에 뽑혔다.90년대부터 해외 수출
1976년 설립된 세양은 치과 기공소에서 의치나 틀니 등을 절삭·연마·가공하는 데 쓰는 기구(기공용 마이크로 모터 핸드피스),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 시 사용하는 드릴(임플란트 시술용 엔진) 등을 생산한다. 치과용 전기 모터를 국내에서 처음 자체 기술로 국산화했다. 공업사를 운영하던 신 대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기공용 마이크로 모터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JIS(일본공업규격)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엔 제품 규격은 고사하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조차 제품 자체를 생소해했다”며 “제품 허가를 내는 데 일곱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회상했다.생산량이 월 500개를 넘어서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는 “1990년대 초 일본제를 빼면 아시아에서 생산업체를 찾기 힘들었다”며 “해외 전시회에선 통역과 함께 사흘간 40~50명의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느라 하루종일 굶은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의 수출 전략은 분명했다. 기기를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들과의 동반 성장이다. 수입 업체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신제품 개발(현재 30여 개 모델 생산), 브랜드 인지도 제고, 부품 교환 등 사후관리(애프터서비스)를 철저히 했다. 2005년 수출 500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2008년 1000만달러, 2016년 2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세양은 대구 성서산업단지 공장(월 생산량 2만5000개) 이외에 올해 대구 신서동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제2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7200㎡ 규모의 부지에 약 100억원을 투자한다.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 가지 못해서다.“R&D 강화해 중국 업체 따돌릴 것”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양의 총수출액 약 2200만달러 중 30%(700만달러)는 러시아와 인도, 중국에서 나왔다. 신 대표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 치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한다”며 “소득수준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7~8년 전부터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산은 세양의 제품보다 30% 저렴하다. 신 대표가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정밀 가공을 위해 1~2년마다 생산설비의 베어링(기계를 회전시키는 부품)을 갈아주거나 교체하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등과 연결되는 신제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양은 신공장 건립 이외에도 올해 성서공장 설비투자에 20억원을 쓸 예정이다. 2003년 세운 기업부설연구소에선 6건의 핵심 기술을 포함해 총 18건의 특허 등록을 일궈냈다.어려움도 없진 않다. 신 대표는 “국가별 인증을 따는 데만 2년, 제품 개발 등을 감안하면 약 3~4년이 지나야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며 “일부 국가에선 자국 제품 보호 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