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저출산 해결한다며 재정운용계획 또 무시하겠다는 정부

내년에도 '슈퍼 팽창예산'

'2019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국무회의 의결

내년 예산 최소 453.3兆
고령화 대응·안보강화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입

국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재정지출 더 빠르게 늘려
기재부서도 '셀프 경고음'… "재정건정성 관리 필요"
“재정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고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발표한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내년도 ‘슈퍼예산’ 편성을 예고하면서 이 같은 고민을 내비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무시한 확장적 재정지출을 추진하는 데 대한 ‘셀프 경고음’이다. 정부는 청년 실업, 저출산·고령화 등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도 오히려 악화된 현안들에 대해 여전히 ‘돈 풀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악화되는 국가 재정은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으로 떠안겨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에 ‘5.7%+α’ 재정지출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지침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기존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총지출 증가율(5.7%)보다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청년 일자리 확충 △저출산·고령화 대응 △혁신성장 △안심사회 구현 및 안보 강화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근로시간 단축에 재정을 지원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도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서는 신혼가구 주거지원과 출산지원, 어린이집 확대, 노후소득 보장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혁신성장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투자와 노후 산업단지 개선 등에, 국민 안심사회 구현과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안전점검과 위험시설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안전인증제 도입 등에 재정 지출을 확대할 계획이다.◆또 무시된 재정운용계획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출범한 이후 연이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무시한 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 확정한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7.1%로 잡았다.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4.8%)보다 2.3%포인트 높고,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올해 재정 총지출 증가율(3.4%)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내년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 전망이다.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설정한 2017년에서 2021년까지의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은 5.8%였다. 그러나 내년 지출 증가율을 ‘5.7%+알파(α)’로 잡으면서 5년간 연평균 증가율(5.8%) 역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상향폭이 클수록 정부 재정에는 그만큼 부담이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복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당장 내년 지출 증가율이 올해(7.1%)를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은 “현시점에서 내년도 예산을 7.1%보다 높게 가져갈지, 적게 가져갈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재정 혁신한다지만…

기재부는 재정 혁신을 통해 지출 증가폭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부처가 새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의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부처 재량에 따라 지출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부터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또 해당 부처가 기재부와 함께 진행하는 재정사업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해 예산을 요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애초에 확장예산을 기조로 삼은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며 “청년 실업 등 문제와 관련해 돈 풀기에 의존하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