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김현종, 귀국전까지 실무자 배제하고 물밑 담판

한달간 위싱턴서 마라톤 FTA·관세협상…세부사항 조율후 이르면 내주 타결선언
타결 선언 위해 통상장관회담 또는 4차 개정협상 열 가능성

험난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끌어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직전까지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와 치열한 비공식 담판을 벌인 것으로 25일(현지시간) 전해졌다.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지난 2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따로 만나 우선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명령 발효를 4월 말까지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

일단 급한 불을 끈 김 본부장은 미 협상팀과 철강 관세의 영구 면제와 연계된 한미 FTA 협상을 계속 이어갔다.

특히 22일과 23일 이틀간 실무자들을 배제한 채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과 고위급 집중 협상을 벌였고, 24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도 막판 조율을 거듭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김 본부장은 지난 한 달간 대부분을 워싱턴에 머물면서 될 때까지 한다는 '배수진'의 각오를 밝히며 협상을 계속해왔었다.
막판 물밑 협상에서 주로 논의된 분야는 미국 측이 요구해온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비관세 장벽(환경·안전 기준) 완화 문제와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 원산지 규정 강화, 우리 측 요구사항인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미국 내 무역구제 남용에 대한 안전장치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고 자동차 부품의 의무사용과 원산지 문제도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략히 공개했지만, 우리 요구가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했다.김 본부장은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전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원칙적인 합의 내용을 보고하고 나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 협상팀은 앞으로 미국 측과 세부 조율 절차를 계속 진행해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타결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미국 정부도 합의에 곧 서명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한미 양국 협상 당국은 세부 사항의 조율과 실무적인 문구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공식 만남을 갖고 개정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 선언을 위한 장소와 시기, 형식 역시 아직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다.

제3차 개정 협상을 지난 15~16일 워싱턴DC에서 한 만큼 4차 협상을 서울에서 열면서 협상을 완료하는 방안, 김현종 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대표 간 한미통상장관회담을 서울 또는 워싱턴DC에서 열어 타결을 선포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고 한다.시기는 양국 모두 '조속한 서명'을 원하는 만큼 문구 조율 작업이 순탄할 경우 이르면 다음 주 중에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