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회장 "타이어뱅크 발표, 법정관리 조장 의도"

"자존심 상해…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 사내 공고문서 비판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타이어뱅크의 인수 추진 발표에 대해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김 회장은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공고문에서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표방하는 국내 유통업체까지 끼어들어 우리 임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면서 타이어뱅크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는 경쟁사 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소매업체로서, 이 시점에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금호타이어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199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우성타이어를 1999년 인수했던 넥센타이어처럼, 일단 법정관리를 거친 이후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노조가 지난 24일 광주 집회에서 "산업은행이 진행 중인 매각조건과 동일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이 있다"고 밝힌 이후 명확한 출처나 구체성이 없는 국내 기업들의 인수 의향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더는 조롱거리가 되지 않도록 불확실한 외부환경에 우리의 내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임직원 모두가 주어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4월 2일 만기 도래하는 어음 때문에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으며, 법정관리 신청 시 임직원들이 가장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지난 58년간 구축한 모든 비즈니스 관계와 고객 신뢰가 무너져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써, 더블스타와 채권단의 8천500억원 신규자금으로 회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내일과 후대들을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한 의사 결정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