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삼성 계열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전… 신한금융·현대산업개발 등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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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부동산신탁업 철수▶마켓인사이트 3월27일 오후 3시45분
지분 50% 매각가 1300억 예상
신한금융이 인수 성공하면
업계 1위 한국토지신탁 위협
현대산업도 시장 진출 비용 절감
신한금융지주와 현대산업개발 등 5곳이 삼성그룹 계열 부동산신탁회사인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 인수전에서 맞붙었다. 매각 가격은 13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삼성그룹은 부동산신탁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신한금융이나 현대산업은 새로 진입하게 된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계열사인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를 매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보부동산신탁은 1998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5 대 5 지분으로 설립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 보유지분 50%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올초 예비입찰에는 10여 곳의 국내 금융회사와 건설사, 사모펀드(PEF) 운용사, 부동산개발회사 등이 참여했다.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이 가운데 신한금융과 현대산업개발 등 5곳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해 ‘경쟁호가방식’(프로그레시브딜)으로 최종 입찰을 할 예정이다.
부동산신탁사업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부동산의 관리·처분·개발을 위탁받는 것을 말한다. 수익성이 높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11개 부동산신탁회사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전년보다 28.7% 늘어난 506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삼성과 교보생명의 공동경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보부동산신탁은 ‘사업확장에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업계 중위권을 유지해왔다. 인수에 성공한 신한금융이나 현대산업이 토지신탁(개발신탁)같이 수익성이 높은데도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생보부동산신탁이 손대지 않은 영역까지 진출하면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 지위까지 위협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KB금융지주와 ‘업계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으로서는 부동산신탁사업 진출과 KB금융지주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만으로 2016년 각각 293억원과 465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두 신탁회사의 시장점유율은 모두 6%로 생보부동산신탁과 같다.
또 국내 생명보험사 ‘빅3’인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교보생명은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할지, 새 인수자와 공동 경영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금융회사로 분류되는 부동산신탁회사를 인수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IB업계는 신한금융지주가 현대산업보다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9년 코리아신탁과 무궁화신탁 인가 이후 9년간 신규 업체 진입을 제한한 정부는 올해 2~3개의 부동산신탁회사 면허를 새로 발급해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기존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를 넘을 정도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진입 가능성이 있는데도 신한금융과 현대산업이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초기 비용이 덜 들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2~3개의 신규 면허를 놓고 금융, 부동산 등 관련 업권에서 수십 곳의 후보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삼성그룹이 생보부동산신탁 지분을 팔아 부동산신탁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건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