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Z세대의 등장

김정수 < 삼양식품 사장 jskim@samyangfoods.com >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을 입고 귀밑 2㎝ 두발검사를 받은 7080의 마지막 세대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로 돌아가던 당시에는 ‘디지털’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그러던 시절을 지나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아마 1990년대 초중반께로 기억한다. 당시 신세대인 미남 배우가 화장품 광고에 나오면서 등장한 말이 ‘X세대’다. 아직까지 이 용어를 기억하는 것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X세대는 기존의 관습과 질서를 거부하는 세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용어였다. 어쩌면 개성을 표출하고 개인주의 성향으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조했던 이 세대가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개척한 선도자였는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면서 최근 들어 그때의 강렬함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른바 Z세대의 출현이다. Z세대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현재 가장 젊은 소비자를 뜻한다.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온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2001년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사회적 사건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Z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2020년이 되면 이들이 전체 소비자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TV나 신문보다는 유튜브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Z세대는 아날로그 시대를 아마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할 것이다. 이들은 정보기술(IT)에 익숙하다 못해 한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Z세대에 PC나 텍스트는 이미 구시대 산물이다. 스마트폰으로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촬영하며 시각적 이미지와 동영상을 선호한다. 또한 유행에 극도로 민감하고 대면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이런 Z세대의 사고와 행동 특성은 이전과는 다른 소비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하고, 제품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경험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며,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 유통하는 등 소비의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광고를 비롯한 전통적인 마케팅 효과는 줄어들었고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고 검증한 제품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Z세대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보며 향후 이들이 열어갈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증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