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조 大魚' 젠바디, 감사의견 '한정'… 올 상장 무산

공모시장까지 덮친 바이오株 '회계 쇼크'

젠바디 "내부적인 준비 부족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

제약·바이오 테마감리 대상에
외부감사 깐깐해진 탓도

지난해 매출 전년보다 8배 늘어
성장세 입증은 긍정적
▶마켓인사이트 3월29일 오후 3시46분

올 상반기 최대 바이오 기업공개(IPO)로 꼽힌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제조사 젠바디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눈앞에 두고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젠바디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께나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바이오텍의 감사의견 한정이 가져온 ‘바이오주 회계 쇼크’가 공모시장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젠바디는 지난 28일 외부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으로부터 2017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이 같은 사실을 벤처캐피털 등 주주들에게 통보했다.

삼덕회계법인은 감사의견 한정의 근거로 “재고자산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재무성과와 현금흐름의 수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젠바디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벤처회사는 수기로 재고자산 정리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회계처리에 미숙한 부분이 많다”며 “젠바디도 최근 2~3년간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술 개발과 영업 확대에 치중하다 보니 자료 보존에 미흡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기업의 부실 회계에 대한 집중 감시를 예고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부실회계의 징계 수위가 강해지는 데다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 대상에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가 포함돼 바이오기업에 대한 외부감사가 한층 깐깐해졌다는 평가다.

젠바디는 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 및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다음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다. 젠바디의 추정 몸값은 1조원에 달해 올 상반기 가장 유망한 바이오 공모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상장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최근 사업연도의 감사의견이 ‘적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젠바디는 내년 3월 나오는 2018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 의견을 받은 뒤에야 다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젠바디의 지난해 매출은 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7.9배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06억원과 231억원으로 각각 565%, 441% 급증했다. 바이오기업의 회계처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도 전액 비용처리해 자산화 비율이 0%다. 그동안 일각에서 진위 논란이 제기된 브라질 국영제약사 바이아파르마에 대한 매출도 재무제표에 반영돼 외부감사인에게 확인받았다.

정점규 젠바디 사장은 “외부감사인이 브라질 바이아파르마사를 직접 방문해 관련 이슈를 모두 검증했다”며 “내부 준비 부족으로 한정 의견을 받았지만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해 다시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젠바디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일부 아시아에서 전염이 확산됐던 고위험 지카바이러스의 진단 키트를 2015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바이아파르마와 3000만달러(약 320억원) 규모의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맺고, 지난해 12월 5700만달러 추가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