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전기차까지… 독일·일본車, 생존 키워드는 '敵과의 동침'

BMW-벤츠 '의기투합'
차량공유사업 조인트벤처 설립
우버 등 실리콘밸리 위협에 대응

도요타-스즈키 '신흥국 동맹'
세계3위 시장 부상할 인도 공략
소형부터 전기차까지 라인업 강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 맞수와 협력하는 ‘적과의 동침’을 서슴지 않고 있다. 차량공유 시장과 자율주행차 등에 도전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물리치거나 새로운 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승부수다. 세계 고급차 시장의 라이벌 BMW와 다임러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합쳐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는 인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서로 자사 차량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미래 자동차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일어나는 변화다. 앞으로 이 같은 라이벌 기업끼리의 협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독일 BMW·다임러 고급형 차량공유에서 협력

세계 고급차 시장의 맞수인 BMW와 다임러는 28일(현지시간) 각 사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합쳐 조인트 벤처기업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BMW의 ‘드라이브 나우(Drive Now)’와 다임러의 ‘카투고(Car2Go)’가 합쳐지는 것이다. 양사는 차량 호출 서비스인 다임러의 ‘무블’, ‘마이택시’ 등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이 차량공유 부문에서 의기투합한 것은 세계 최대 차량 호출업체인 우버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버는 최근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중 보행자 사망사고 등으로 궁지에 몰렸지만 막대한 자금력으로 세계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BMW와 다임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각 신생기업을 인수하며 독자 노선을 걸어왔으나 IT 기업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협력 관계로 돌아섰다고 WSJ는 분석했다. 양사의 합작사는 독립된 브랜드를 내세워 고급형 차량공유 서비스업체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디터 체체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자동차공학의 선구자로서 미래 도시의 자동차를 설계하는 임무를 다른 기업들에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즈키·도요타, 인도 시장에 공동 대응

일본의 소형자동차 제조사인 스즈키가 도요타자동차와 인도에서 상호 OEM 생산을 시작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스즈키는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이 40%가 넘을 만큼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도요타는 인도 시장 점유율이 3.5%에 그치고 있다. 2019년 이후 스즈키는 인도에서 생산하는 소형차를 도요타에 공급하고,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HV)를 스즈키에 공급하기로 했다. 스즈키가 도요타와 협력을 맺는 것은 상품을 보완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인도의 2020년 신차 판매 대수는 2017년 대비 30% 증가한 51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망이 현실화되면 인도는 일본을 누르고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다.

도요타는 스즈키 차량을 추가로 투입해 인도 시장의 주력 차종인 소형차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스즈키에 자사 차량을 공급해 50% 정도에 머물고 있는 현지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도 정부가 이달 공표한 전기차(EV)용 급속충전기 표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것도 일본 기업들끼리 뭉치는 이유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현재 인도의 충전기 규격으로는 유럽 방식이 주로 거론되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스즈키는 첨단기술 분야에 강한 도요타와 협력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스즈키는 도요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2020년께 인도 시장에 전기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도요타와 스즈키는 지난해 11월 전기차 협력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 회장은 “지금은 한 달 전이 옛날이라고 인식될 만큼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마지막 거대시장인 인도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도요타와의 OEM 협력이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