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인스퍼레이션 3명 중 1명 K골퍼… '호수의 여왕' 노리는 태극낭자

출전선수 114명 중 한국계 33명
1라운드 톱10에 K골퍼 4명
4위 장하나, 메이저 첫 우승 노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은 압도적인 메이저 강자다. 1998년 5월 당시 스물한 살이던 루키 박세리(41)가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이후 ‘K골프’는 그동안 LPGA투어에서 28개(한국 국적 기준)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개를 수집한 미국에 이어 국가별 메이저 승수 2위다.
누가 ‘호수의 여왕’이 될까. 미국 LPGA투어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 한국 선수가 대거 출전해 메이저 퀸을 노리고 있다. 우승하면 지난해 유소연에 이어 한국 선수가 2년 연속 연못에 몸을 던지는 ‘퐁당 세리머니’를 연출한다. 사진 왼쪽부터 유소연, 장하나, 박인비, 고진영, 리디아 고, 최운정. 연합뉴스
◆K골프 “가장 까다로운 메이저”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개막한 LPGA투어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달러)은 K골프가 스물아홉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수집할 호기다.

일단 출전 선수가 미국에 이어 가장 많다. 지난해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로 복귀한 장하나를 비롯해 김지현, 이정은, 최혜진 등 KLPGA투어 프로 4명과 박인비, 유소연, 전인지, 고진영, 김세영, 최운정 등 현역 LPGA투어 선수 19명 등 총 23명이 도전장을 냈다. 이민지, 리디아고 등 한국계 동포 10명까지 포함하면 33명의 한국계 골퍼가 ANA인스퍼레이션 트로피 사냥에 나선 셈이다. 전체 출전 선수 114명의 29%로, 3분의 1이 K골퍼다. ‘집안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승이 쉬워 보이는 듯하지만 이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겐 ‘까다로운 메이저’로 통한다. 1972년 창설돼 198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이후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딱 네 차례다.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 2013년 박인비, 그리고 지난해 유소연이다.한국 선수들은 에비앙챔피언십에서도 2회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회가 메이저로 올라선 2013년부터 5년간 쌓은 승수라는 점에서는 ANA인스퍼레이션에 비해 트로피를 많이 차지한 편이다. 한국 선수들은 US여자오픈에서만 9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7회, LPGA챔피언십에서 6회 ‘메이저 퀸’을 배출했다.

페어웨이가 개미 허리처럼 좁고 사막성 강풍까지 자주 분다는 게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 코스의 특징이다. 일명 ‘포대그린’처럼 굴곡진 그린과 빠른 그린 스피드 등도 선수들을 괴롭히는 주요 난적이다.

임경빈 프로(JTBC골프 해설위원)는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길고 질긴 러프에 잠겨 세컨드 샷 정확도가 낮아지고, 버디를 잡을 확률도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20언더파 이상이 자주 나오던 우승자의 성적도 최근 들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유소연이 14언더파로 우승컵을 안았고, 2016년 리디아고가 12언더파, 2015년 브리타니 린시컴이 9언더파로 ‘호수의 여왕’이 됐다.

◆장하나 “어머니 앞에서 우승하고파”

일단 출발은 좋다. 우승을 예감할 수 있는 첫날 10위권에 K골퍼 4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출발을 한 선수는 장하나다. 장하나는 이날 버디 9개와 보기 4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다. 버디만 7개를 뽑아낸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가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와 우에하라 아야코(일본)가 나란히 6언더파 공동 2위다. 또 4언더파 68타인 공동 7위에 박성현과 전인지, 최운정이 포진했다.장하나는 자신의 생애 첫 LPGA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는 2015년 미국 무대에 진출해 LPGA 통산 4승을 쌓았지만 메이저 우승컵이 없다. 장하나는 이달 초 KLPGA투어에서 국내 복귀 1년 만에 첫승을 신고하는 등 샷감이 좋은 편이다. 장하나는 “어머니가 처음 미국까지 와 응원을 해줘서 힘이 났다”며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우승자가 마지막 홀 옆에 있는 연못에 뛰어드는 ‘퐁당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