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産분리 규제 완화… 국회서 2년째 잠잠

커버스토리 - 인터넷전문은행 1년

관련 법안 5건 논의 진전 없어
정치권 "재벌 사금고 우려" 반대
제3 인터넷전문銀 계획도 연기
지난해 4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계기로 금융계 이슈로 떠올랐던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올 들어서는 잠잠하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2016년부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은 2년 가까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50%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강석진·김용태 의원)과 34%까지 허용하면서 5년마다 재심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3건(정재호·김관영·유의동 의원)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2016년 6월과 7월에,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제정안은 2016년 11월에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은 은산분리 원칙 훼손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서다. 규제를 풀어주면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산업자본의 보유 지분 허용 범위를 놓고도 의원 간 의견이 달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뱅크)의 특혜성 인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논의 자체가 사그라들었다. 2016년 예비인가 때 K뱅크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인가 조건인 은행권 평균치를 밑돌았는데 금융위가 감독규정을 바꿔 인가를 내줬다는 논란이다.

당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과 무관하게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나서도 “인터넷전문은행 효과를 조금 더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은산분리 예외를 인정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금융위는 조만간 내놓을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 방안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승인 추진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문제는 국회 논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산분리 완화 추진은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업계에선 금융계 ‘메기’ 역할을 할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려면 대규모 자본 확충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