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TA를 볼모로 잡다

北核협상 끝날 때까지 서명 미뤄
靑은 "리비아식 해법 불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협상이 끝날 때까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서명을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한국 정부가 강력한 비핵화 입장을 유지하도록 한·미 FTA를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州) 리치필드에서 열린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 이니셔티브’ 행사 연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에 “환상적인 합의를 했다”면서도 “이 카드(한·미 FTA)를 북한과의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갖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합의다. 이제 중요한 안보관계에 집중하자”고 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돌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보류 발언에 대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의 추가 설명을 기다리며 지켜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한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어 북한에 적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조미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