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달라"는 중국… 더뎠던 '사드보복 해제' 가속페달 밟나

中, 단체관광·롯데제재 등 문 대통령 '핀셋' 문제제기에 "조기에 가시적 성과"
비핵화 논의 국면서 나온 데 주목…고차방정식 속 한중협력 강화 순기능 관측
미세먼지 문제 등 양국 현안 해결 협력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로 인해 우리나라에 가해졌던 중국의 보복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 대화 분위기와 맞물려 해제 수순의 속도가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사드보복 조치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것임을 재차 약속하면서다.

양 위원은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절차 진행 및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 '3대 사드보복 조치'에 대해 "중국은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한다"며 "관련된 사항은 이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대통령은 이를 믿어주시기 바란다"고까지 언급했다.양 위원의 언급은 한반도 비핵화 이슈 외에 양국 간의 최대 현안이었던 사드보복 조치 해제 문제가 본격적인 해결 국면에 들어갈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 언급은 전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양 위원에게 문 대통령의 '3대 관심사'를 전하면서 답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그는 본국과의 교신을 통해 이 같은 확답을 전해 듣고 문 대통령에게 '공언' 수준의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의 발언은 작년 10월 양국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이어 12월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 당시 시 주석과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에 합의했음에도 지지부진했던 사드보복 해제 조치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 당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상호 존중 정신에 기초해 양국 관계의 조속한 발전이 중요하다고 했고, 시 주석은 "새로운 관계회복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화답해 사드보복 조치 전면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중국인의 단체 관광 역시 시 주석의 약속을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실제로 2016년 12월에 시작된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대상 보조금 지급 차별 정책은 중단되지 않았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역시 작년 9월부터 추진한 중국 점포의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는 등 정상회담 합의를 무색하게 했다.그러나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 위원이 "믿어달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문 대통령의 관심사를 해결하겠다며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재천명한 것은 우리로서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중국 안보수장으로서 입장 표명을 넘어 시 주석의 의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핀셋으로 뽑은 듯' 단체관광 등 3가지 현안에 대한 답을 요구했고 이에 중국 측이 응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이심전심'으로 사드보복 해제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하면서도 민감한 현안인 사드와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한중 양국의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의 장이 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리는 등 비핵화로 가는 길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의 소통 강화는 필수적인 요소이자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면담에서 양 위원은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한중환경협력센터의 조기 출범에 동의하는 한편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사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양국 관계의 걸림돌이었던 사드 한반도 배치와 그에 따른 보복 문제가 확실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한중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