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리고 적극 소통… '주주친화 경영시대' 본격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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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주총시즌 화두는 주주 친화정책 강화지난달 23일 서울 강남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9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예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800여 명의 주주가 몰렸다. 빈 자리가 없어 주총장 뒤편에 서서 참여한 주주도 적지 않았다.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장(사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장도 연단에 올라 주주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의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은 거버넌스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50분의 1 비율로 액면분할
'황제주'서 '국민주'로 투자 문턱 낮춰
현대차, 주주권익 보호 사외이사 후보
주주들로부터 직접 추천받아 선임
SK, 의결권 행사 쉬운 전자투표 도입
LG·한화, 주요 계열사 주총 분산 개최
주요 기업의 올해 주총 시즌 화두는 주주 친화정책 강화다.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자리 잡게 하는 등의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을 통해 기업 가치와 주주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50분의 1 비율로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 주식 1주가 50주로 쪼개지면서 현재 25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수준으로 내려가 소액주주의 투자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가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내려오는 깜짝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은 환호했다.
경제계에선 이번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인 ‘주주 친화 경영’의 완결판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주주 친화 경영은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2016년에는 배당을 크게 확대하는 등 주주 환원 규모를 크게 늘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조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소각하고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의 절반도 소각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상훈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창사 후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가 분리됐다.현대자동차그룹은 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차 등 4개 계열사에 뒀던 투명경영위원회도 6개사로 확대해 설치하기로 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친화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춤으로써 주주의 신뢰를 얻고 기업 가치도 높이겠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기조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했다. 지난해엔 잉여현금흐름 기반의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표해 주주 환원 기조를 분명히 했다. 2016년에는 3년 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많은 주당 4000원(보통주 기준)을 배당했다. 우선주까지 포함한 배당총액은 1조795억원에 달했다. 배당성향도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늘어난 20.0%로 높아졌다.
SK그룹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주주가 의결권을 더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작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립해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및 회사의 합병 분할, 재무 관련 사항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사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LG그룹과 한화그룹 등은 주요 계열사의 주총을 분산 개최했다. 주주총회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해 주주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주총에서 지난해(200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주당 5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주사 분리 과정에서 밝힌 주주 환원 강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투명 경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내부거래 해소 등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진 데다 소액주주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 친화 경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