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수시모집 늘리더니 정시모집 확대…'널뛰기' 대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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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혼란'…입시업계 "대학들은 인재 선발에 문제 없을 것"교육당국이 10여년간 유지해 온 수시모집 확대 정책을 사실상 접고 일부 주요 대학에 정시모집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학생·학부모 혼란이 커지고 있다.2∼3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입시정책 때문에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시모집 도입 20년 만에 '대세'…정시모집 20%선 위협
대입 수시모집은 1997학년도 입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정시모집과 지금은 폐지된 특차모집에 앞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기간을 정해 수능 이외의 전형요소로 학생을 모집하는 방식이었다.당시 대학들은 논술과 면접, 학교장 추천서류, 종합생활기록부(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활용해 학생들을 선발했지만 대부분은 외교관 자녀나 장애인·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등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형이었다.
2002학년도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특차모집이 폐지되면서 수시모집 인원이 대폭 늘었다.
수능과 학생부의 교과성적 비중을 낮추고 다양한 선발 방식을 통해 학생의 특기와 적성 등을 고려하는 입학전형을 늘린다는 교육당국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변화였다.이후 2007년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수시모집 비율은 급격히 늘었다.
객관식 시험인 수능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대학의 판단은 물론, 2000년대 들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입학사정관제(또는 학종전형) 위주로 한 수시모집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수시모집 비중은 2006학년도까지만 해도 전체 모집인원의 48.3%였지만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모집 인원을 추월했고,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는 76.2%를 차지한다.수시모집이 도입 10여년 사이에 정시모집을 추월하고, 다시 10여년 사이 전체 모집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그간 수시모집을 독려해 온 교육당국은 오히려 '정시모집 비율 지키기'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 등 일부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나 면담을 통해 정시모집 확대 여부를 문의한 것이다.
갑작스런 정책방향 선회에 대한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모집 비율이 10∼20%대인 대학을 중심으로, 그간 대입정책포럼과 국민청원 등을 통해 제기된 (급격한 정시모집 축소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 입시업계 "대학은 손해 없어"…학생·학부모는 '혼란'
연세대가 2020학년도 정시모집을 늘리기로 한 데 이어 다른 대학들도 정시모집 확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가와 교육현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지역 A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갑자기 정시 확대를 들고나온 것은 맞는데 대학들이 다 거기에 맞춰 입학전형계획을 바꿀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당국 요구에 다 따르다 보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대학들이 그간 정부 방침대로 수시모집을 늘려왔지만 당장 정시모집을 늘린다고 해도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적 시험방식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종전형의 경우) 재정적 부담도 크고 수능으로 한 번 걸러야 한다"며 "전반적인 기조가 수시 확대라면 다른 문제지만 반대로 전체적으로 정시를 조금씩 늘린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교육현장에 있는 학생·학부모들이다.
그간 많은 학생·학부모들은 학종전형이 합격·불합격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사교육이나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선입견이 크므로 정시모집 확대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 현 고2 학생들부터 입학전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자 교육부가 기존 정책 기조를 고집하다가 수시 증가세를 억제할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2인 둘째 아들의 입시 때문에 걱정이라는 학부모 이모(49)씨는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7살 터울인데 그사이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고, 아직까지 바뀌고 있다"며 오락가락 대입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이 씨는 "당장 내년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데 갑자기 정시모집을 늘리면 수험생 혼란을 어쩔 것이냐"며 "안정적인 입시정책은 한국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 수시모집 도입 20년 만에 '대세'…정시모집 20%선 위협
대입 수시모집은 1997학년도 입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정시모집과 지금은 폐지된 특차모집에 앞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기간을 정해 수능 이외의 전형요소로 학생을 모집하는 방식이었다.당시 대학들은 논술과 면접, 학교장 추천서류, 종합생활기록부(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활용해 학생들을 선발했지만 대부분은 외교관 자녀나 장애인·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등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형이었다.
2002학년도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특차모집이 폐지되면서 수시모집 인원이 대폭 늘었다.
수능과 학생부의 교과성적 비중을 낮추고 다양한 선발 방식을 통해 학생의 특기와 적성 등을 고려하는 입학전형을 늘린다는 교육당국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변화였다.이후 2007년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수시모집 비율은 급격히 늘었다.
객관식 시험인 수능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대학의 판단은 물론, 2000년대 들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입학사정관제(또는 학종전형) 위주로 한 수시모집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수시모집 비중은 2006학년도까지만 해도 전체 모집인원의 48.3%였지만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모집 인원을 추월했고,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는 76.2%를 차지한다.수시모집이 도입 10여년 사이에 정시모집을 추월하고, 다시 10여년 사이 전체 모집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그간 수시모집을 독려해 온 교육당국은 오히려 '정시모집 비율 지키기'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 등 일부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나 면담을 통해 정시모집 확대 여부를 문의한 것이다.
갑작스런 정책방향 선회에 대한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모집 비율이 10∼20%대인 대학을 중심으로, 그간 대입정책포럼과 국민청원 등을 통해 제기된 (급격한 정시모집 축소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 입시업계 "대학은 손해 없어"…학생·학부모는 '혼란'
연세대가 2020학년도 정시모집을 늘리기로 한 데 이어 다른 대학들도 정시모집 확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가와 교육현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지역 A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갑자기 정시 확대를 들고나온 것은 맞는데 대학들이 다 거기에 맞춰 입학전형계획을 바꿀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당국 요구에 다 따르다 보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대학들이 그간 정부 방침대로 수시모집을 늘려왔지만 당장 정시모집을 늘린다고 해도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적 시험방식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종전형의 경우) 재정적 부담도 크고 수능으로 한 번 걸러야 한다"며 "전반적인 기조가 수시 확대라면 다른 문제지만 반대로 전체적으로 정시를 조금씩 늘린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교육현장에 있는 학생·학부모들이다.
그간 많은 학생·학부모들은 학종전형이 합격·불합격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사교육이나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선입견이 크므로 정시모집 확대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 현 고2 학생들부터 입학전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자 교육부가 기존 정책 기조를 고집하다가 수시 증가세를 억제할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2인 둘째 아들의 입시 때문에 걱정이라는 학부모 이모(49)씨는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7살 터울인데 그사이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고, 아직까지 바뀌고 있다"며 오락가락 대입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이 씨는 "당장 내년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데 갑자기 정시모집을 늘리면 수험생 혼란을 어쩔 것이냐"며 "안정적인 입시정책은 한국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