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흥행몰이… 멜로영화 새 기록 쓸까

'건축학개론' 이후 5년 만에 최다 관객…흥행 비결은

블록버스터·남성영화로 재편된
영화시장에 '로맨스의 공습'

손예진·소지섭 명콤비 열연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순애보
오랜만에 보여줬다는 평가
가족애도 다뤄 관객층 넓혀
복고풍 감성·유머도 곁들여
손예진과 소지섭이 주연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가 지난 5년간 개봉한 한국 멜로영화 중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2일 현재 232만 명의 관객을 모아 멜로 ‘뷰티인사이드’(2015년·205만 명)와 로맨틱 코미디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년·215만 명)를 훌쩍 뛰어넘으며 장기 흥행을 예고했다.
지난달 14일 개봉 이후 관객 232만 명이 찾은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남녀의 애정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멜로영화는 한국 영화의 핵심 장르였지만 2012년 ‘건축학개론’(41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제작 편수와 관객 동원력이 크게 줄었다. 영화시장이 블록버스터를 비롯한 남성 영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여성 취향의 멜로영화 입지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멜로영화 개봉 편수는 매년 10편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해 로맨스영화(멜로+로맨틱 코미디) 개봉작은 ‘어느날’과 ‘사랑하기 때문에’ 단 두 편이었다.◆순애보와 손예진의 시너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애보를 오랜 만에 관객에게 되돌려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비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1년 뒤 돌아온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시작한다. 사랑을 해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애와 사랑의 과정을 펼쳐내 현실적인 공감대를 넓혔다. 멜로영화의 핵심인 남녀 주인공 소지섭과 손예진의 감성 연기가 뛰어났다고 관객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첫사랑에 빠진 순수한 모습부터 다시 시작된 만남과 설렘, 더 이상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절한 감성을 깊은 눈빛과 애틋한 연기로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특히 손예진은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으로 굳힌 ‘멜로 퀸’ 지위를 재확인하고 여배우 중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손예진은 요즘 대부분 배우처럼 ‘비밀은 없다’로 연기파 배우로 나아가려다가 적정한 순간에 멜로로 방향을 틀었다”며 “자기 이미지를 복제하는 역발상이 오히려 관객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나이를 먹으면서 50~60대 실버 멜로까지 도전해도 통할 것 같다고 강씨는 덧붙였다.

◆가족애 공감과 복고풍 코드연인 간 사랑을 뛰어넘어 가족애로 확대해 관객 층을 넓힌 것도 흥행에 주효했다. 젊은 두 남녀 이야기가 아니라 남편과 아내, 아들까지 세 명의 가족 구성원이 엮는 스토리로 확장했다. 세상을 떠난 아내이자 엄마와 다시 만나 기적 같은 순간을 나누는 가족의 행복한 모습,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은 젊은 관객뿐 아니라 가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를 떠올리는 복고풍 감성과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유머 코드도 빼놓을 수 없다. 공중전화에서 마음 졸이며 전화를 걸어야 할지 망설이고 경양식 식당에서 어색하지만 풋풋한 첫 데이트, 손 잡는 것조차 커다란 결심이 필요했던 순수의 시대, 헤어지는 게 아쉬워 버스를 몇 차례 떠나 보내면서도 발길을 떼지 못하는 연인의 모습까지. 스마트폰과 메신저가 없던 시절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3040 관객층에는 “그땐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그리움의 공감대를, 청소년 관객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국내에 멜로영화 수요는 분명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멜로영화를 제작해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흥행에 힘입어 원작 동명 일본영화도 오는 19일 재개봉한다. 원작은 2005년 국내에서 16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