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재정정책, 건전성 지키며 생산성 향상에 초점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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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쓴소리로 '2기 임기' 시작한 이주열 韓銀 총재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2일 “재정정책은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현안에 조언 안 아낄 것"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취임식 후 간담회를 열고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4년 취임한 이 총재는 지난달 연임 결정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이날 4년간의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인사청문회에서 정부에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을 의식한 듯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경제 현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식 후 열린 간담회에서도 경기 대응을 위한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경기를 살리고 금융 안정을 지켜야 하는 등 통화정책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만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감세 등 확대 재정을 하고 있고, 정부의 재정 확대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통화당국의 부담이 컸다”고 덧붙였다.
미국 요구에 따라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크다 보니 그런(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요건 중 하나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해 기준 5% 정도다. 그러나 이 총재는 “환율은 가급적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을 원칙으로 지켰다”고 설명했다.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례상 한 번에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기준금리 폭을 바꾸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금리 조정 폭을 바꾸면 10bp(1bp=0.01%포인트)씩 하느냐, 15bp씩 하느냐인데 그것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며 “25bp 정도 돼야 시장에 금리 조정 영향이 미칠 뿐만 아니라 금리 조정 폭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