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남주, 남편 김승우가 더럽고 치사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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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고혜란 역 김남주 인터뷰"남편 김승우는 고혜란의 '왕팬'이에요. 친구로서 또 연기자 선배로서 큰 도움을 줬죠."
"남편 김승우 대본 연습에 도움, 운동 코치 같았죠"
배우 김남주에게 김승우란 배우자이자, 오랜 술 친구, 연기자 선배다. 그가 '미스티'를 통한 성공적인 복귀를 치르는 동안 김승우는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주는 이같이 말하면서 "김승우가 자기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남편 덕에 '미스티'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남주에게 '미스티' 대본을 읽어보라고 권한 것은 김승우였다. 파격적인 멜로 장면이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았다. 남편이기 전에 김승우 또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야한 장면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에 대해선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미스티'를 온전히 작품으로 봤으니까요. 김승우는 '이건 반드시 네가 해야 할 작품이다', '잘 할 것 같다' 라고 했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엔 이렇게 잘 할지 몰랐다면서 연기 좀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남매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김남주에게 김승우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단 하나의 기댈 곳 이었다. 그는 김남주가 오롯이 고혜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미스티'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이 한순간에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내몰리는 장르물이다. 그 중심을 이끈 김남주는 외향적인 부분은 물론 발성부터 톤, 눈빛 어깨선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준비했다.
고혜란의 옷을 입은 김남주는 전작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마치 날 때부터 아나운서라는 느낌을 풍긴다. "'미스티'의 고혜란은 제게 없는 캐릭터입니다. 차라리 제 원래 모습은 '내조의 여왕' 천지애에요. 남편이 같은 연기자다 보니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매일 대본 연습을 같이 해주는데 1회에선 케빈 리가 됐다가 2회에선 강태욱이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남주는 김승우가 '더럽고 치사한'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승우가 솔직히 자기 대본도 그렇게 열심히 안 보는데 '미스티'는 통째로 외울 만큼 대사를 많이 쳐줬죠. 남편이 어느 날은 좀 쉬고 싶어했는데 그 순간에도 제가 부탁을 했어요. 그럴 때는 진짜 솔직하게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하."
김승우는 고혜란의 말투를 설정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 대본을 맞춰보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봐라 하고 말해주더라고요. 캐릭터 분석할 때부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저는 남편 앞에서 신인 연기자의 자세로 함께 임했죠. 김승우가 연기를 잘 하고 대단해서가 아니라 모든 연기자들은 타인의 연기가 더 잘 보이거든요. 운동선수들의 코치같은 역할입니다." 김남주는 '미스티'에서 남편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출 뻔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크리에이터 작가가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강태욱 역에 김승우 어떠냐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안된다, 둘 중에 하나만 가자고 말했습니다. 물론 고혜란을 제가 맡지 않았다면 남편이 강태욱을 연기했을 수도 있겠죠. (웃음) 김승우에게도 강태욱의 깊이감과 멜로 눈빛이 있거든요. 결혼 전에 김승우와 함께 연기를 못해본 것이 아쉬워요. 함께 연기하면 정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김남주가 출연한 '미스티'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 강태욱(지진희)이 믿었던 사랑과 그 민낯을 보여주는 미스테리 멜로 드라마다. 6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남주는 '미스티'를 통해 재평가 되면서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썼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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