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개정… 국내 수제맥주 '봄날' 오나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 완화
마트·편의점 유통…시장확대

국내 업체, 해외진출도 박차
세븐브로이, 홍콩 이어 美 진출
카브루, 수출용 병·캔 개발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세법 개정으로 일반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4월부터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일반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를 팔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수제맥주와 같이 소규모로 제조되는 주류는 제조업자가 해당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안에는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딸 때 반드시 필요했던 ‘식품접객업 영업허가’ 조건을 없앴다. 술집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도 술을 팔 수 있게 한 것. 양조장만 있다면 마트와 편의점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또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 시설 기준을 확대하고, 세제 지원도 늘렸다. 현재 수제맥주 양조장은 전국 70여 개로 추산된다. 올해 안에 수제맥주 양조장은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진출에 나서는 업체도 등장했다. 수제맥주 회사 핸드앤몰트(사진)는 글로벌 1위 주류회사 AB인베브의 100% 자회사인 오비맥주와 손잡았다. ‘구스아일랜드’ 등 수제맥주 전문 펍을 운영하는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자회사 ZX벤처스는 지난 2일 핸드앤몰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핸드앤몰트의 맥주를 국내 시장에 활발하게 유통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팔겠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품질이 좋은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가 국내 유통망 확보와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핸드앤몰트 고유의 개성은 지키면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 강국인 해외 시장에서 호평받는 사례도 있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인 세븐브로이 맥주는 2015년 홍콩 수출을 시작으로 지난 1월 미국에 본격 진출했다. 가장 인기 있는 수제맥주 ‘라쿤시리즈’ 6종 중 ‘세븐브로이 IPA’와 ‘세븐브로이 필스너’를 병맥주로 개발해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에서 판매한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도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재고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사이판과 홍콩, 대만, 상하이 등 4개 도시에 진출해 누적 수출량 33만 병을 기록했다.1세대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도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카브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새로운 병과 캔맥주 라인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카브루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유럽의 대표 맥주 품평회인 ‘벨기에 브뤼셀 비어 챌린지’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