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된다'던 폐지도 대란 조짐…"폐지 주워 하루 1000원 번다"

중국의 폐기물 금수 조치로 폐지 값 급락…처리되지 못한 폐지 '산더미'
비닐과 스티로폼을 중심으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돈이 된다던 폐지 또한 대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폐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업체들은 매출액이 1년 새 반 토막이 나고,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내다 파는 노인들은 하루에 1천 원을 벌기도 힘든 상황이다.

5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수도권의 폐골판지 값은 지난달 12월 130원에서 지난달 90원으로 31%나 떨어졌다.중국이 올해 1월 종이 등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폐지 수출량은 1∼2월을 기준으로 작년 5만1천832t에서 올해 3만803t으로 40.6% 감소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대중국 수출 길도 막혔다.이에 따라 중국으로 들어갈 폐지들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데, 국내 폐지보다 질이 훨씬 좋아 국내 재활용업체들의 '돈줄'이 마른 것이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재활용품 회수·선별 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오염된 상태로 종이를 분리 배출하다 보니 외국에서 들여오는 폐지보다 질이 떨어진다"며 "애써 모아온 폐지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폐지는 수거된 뒤 압축장으로 옮겨진다.압축장에서는 일정 과정을 통해 폐지를 처리한 뒤 제지회사에 납품하는데, 제지회사로서는 품질이 더 좋은 외국 폐지를 선호하고 있다.

재활용업체로서도 오염된 폐지를 약품 처리하느라 돈이 더 드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제지회사에서 받아주지를 않으니 압축장에 적게는 500t에서 많게는 1천t까지 쌓여있다고 한다"며 "예전에 상황이 좋았을 때는 압축장에 폐지가 쌓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곳이 없어지니 매출액이 뚝 떨어져 작년 이맘때 한 달에 최대 2억 원까지 벌었으나 지난달에는 8천만 원으로 줄었다"며 "그나마 아파트를 상대하는 우리 같은 업체들은 사정이 낫지만,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은 하루 수입이 1만 원에서 1천 원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서 폐지 같이 수입 물량이 증가하는 품목은 외국산이 아닌 국산 물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촉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지회사를 대상으로 국산 원료 적정 사용 여부에 관한 실태 조사를 이달 안에 벌이고,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부에서도 갈팡질팡하면서 답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업으로부터 받는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분담금을 늘려서 직접 지원해줘야 업체들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