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癌환자 찾아가 가발 무료 제작해주는 하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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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어려운 환자 고려하이모는 2000년 백혈병이나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를 위한 무료 가발 지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 임원이 항암 투병 중인 어린이들이 머리가 빠져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기사를 읽고 아이디어를 냈다. 홍인표 하이모 회장은 그 자리에서 지원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어른들도 암에 걸리면 외모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을 많이 다치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아이들 머리에 맞는 가발을 지원하는 사업은 18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동식 3D 스캐너 개발
백혈병 어린이도 무료 지원
일반 암환자도 50% 할인
하이모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암에 걸린 아이가 하이모에 오지 않아도 된다. 휴대용 3차원(3D) 스캐너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찾아가 아이에게 맞는 가발을 맞추기 위한 치수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3D 두상 스캐너 활용
지난달 25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소속 김광현 선수는 긴 머리를 하고 경기에 나왔다. 경기 후 그는 머리를 잘라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모는 김 선수가 기증한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인천의 한 병원에 있는 어린이에게 기증할 계획이다. 이 어린이는 하이모 점포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 그냥 병원에서 두상을 측정하면 된다. 하이모는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아 최근 개발한 휴대용 3D 스캐너로 두상을 측정하고 가발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다.하이모는 이를 활용해 병원으로 찾아가 맞춤형 가발을 제작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에도 이동식 입체 두상 측정기인 휴대용 3D 스캐너가 사용된다.
하이모는 2001년 서울대 산학 협동벤처인 ‘케이앤아이테크놀러지(K&I Technology)’와 합동으로 3D 스캐너를 개발했다. 첫 단계부터 두상 및 탈모 형태를 3D 기법으로 정확히 측정해 맞춤형 가발을 제작한다. 이를 소형화하고 경량화(약 8㎏)해 이동형으로 발전시킨 것이 포터블 3D 스캐너다. 하이모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지점을 나오기 어려운 고객을 위한 방문 서비스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항암 환자에게는 절반 가격에하이모는 최근 항암 치료 환자에게 무료로 모발을 정리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전국 61개 직영점에 상주하는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1 대 1로 서비스해준다. 하이모 직영 매장에는 각각 독립된 헤어 관리실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모발 정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인 ‘러브 헤어 캠페인’의 하나다. 가발 제작을 원하면 정상 가격의 절반 가격에 맞춤 가발을 살 수 있다.
하이모는 찾아가는 가발 상담·제작 서비스도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해 지점을 찾기 어려운 암 환자를 위해 병원으로 가 맞춤형 가발을 제작해준다. 진단서와 같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맞춤형 가발을 정가에서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한 아이디어는 홍 회장과 임원진, 지점장 등 100여 명이 상·하반기 한 번씩 모이는 ‘타운미팅’에서 나온다. 내방이 어려운 암 환자들의 문의가 직영점으로 이어지면 이를 지점장들이 홍 회장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휴대용 3D 스캐너 개발도 홍 회장이 지시하고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