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당신 계좌에 100억이 들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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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썼다간 '범죄자'‘어느 날 느닷없이 내 계좌에 수백억원어치 주식이 들어온다면….’
형사상 점유이탈물횡령죄
발견 즉시 신고부터 해야
꿈같은 일이 6일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잠깐’ 벌어졌다. 이날 개장 직후 직원들 계좌로 평균 500억원어치 삼성증권 주식이 입고됐다. 오전 증권시장에선 413억원에 이르는 한 직원의 증권잔액 화면이 카톡과 메신저로 돌았다.‘일장춘몽’이었다. 회사 측이 주당 1000원씩 배당을 결의했는데 우리사주 283만1620주(3.17%)에만 주당 1000주씩(전날 종가 기준 3980만원) 배당하는 실수를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삼성증권은 서둘러 직원들에게 사고를 설명하고 ‘유령주식’ 을 회수했다.
욕심에 눈이 먼 직원들에겐 ‘악몽’이 됐다. 삼성증권 직원 2000여 명은 수백억원 주식계좌를 보고 어리둥절해했지만 수십 명의 직원은 오전 10시 전후 영문을 알 수 없는 주식을 장내에 팔아 현금화했다. 이들의 매도 규모는 500여만 주, 2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직원들은 매도한 삼성증권을 다시 사서 갚거나 회사에 손실 차액을 정산해줘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 얘기다. 부당이득은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자칫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다. 이날 삼성증권 주가는 직원들의 매도 과정에서 11%대까지 급락했지만 오후 안정을 찾아가면서 하락률을 3.64%로 줄였다. 가령 100억원어치를 팔았다가 주가가 10% 올랐다면 주식을 되사서 갚는 데 1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삼성증권 직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나지수 변호사는 “주식이 잘못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판 직원들은 주식이나 돈을 돌려줘야 한다”며 “회사 측은 민사상 부당이득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주식에 손대면 자칫 범죄자가 될 우려도 있다. 형사상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이나 가방, 휴대폰 등을 주웠다가 범죄자로 몰리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나 변호사는 “은행 계좌에 잘못 송금된 돈을 사용해서 점유이탈물횡령혐의로 유죄를 받은 판례가 있다”며 “계좌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주식이나 현금이 들어왔다면 신고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나수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