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노조 삼성' 재수사, '노조 쇠사슬' 기업들 신음 안들리나

검찰이 3년 전 무혐의 처리한 ‘삼성그룹 노조 와해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조사하다 관련 문건을 상당수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50페이지 분량의 관련 문건을 제시하며 처음 불거졌다. 검찰은 “문건 작성 자체는 범죄사실이 아닌 데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5년 무혐의 처분했다.

이번에 검찰이 찾아낸 자료에는 과거 심 의원이 공개했던 문건을 비롯, 비슷한 내용의 문건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기업이든, 위법 혐의가 있으면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삼성 수사는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만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3년 전 검찰 스스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재차 문제 삼는 것은 비록 재판은 아니지만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 다른 사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건을 토대로 재수사를 벌이는 것은 이른바 별건 수사에 해당한다.결과적으로 ‘삼성 때리기’식의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그런데도 검찰이 재조사에 나선 것은 ‘친노조’ 성향의 현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창업 이래 줄곧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을 기어이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조의 억지 투쟁으로 경영개선은 물론 회사의 생사조차 불투명해진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중공업 등의 최근 상황을 보면서 “노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갖게 된다.

4년 연속 적자에도 성과급 내놓으라며 점거 폭력을 휘두른 한국GM 노조나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일삼는 현대자동차 등 숱한 노조들의 행태를 목격하고도 “기업에 왜 노조를 두지 않느냐”고 윽박지를 수 있겠는가. 삼성이 최고 수준의 급여를 주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 데는 ‘무노조 경영’의 역할도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다. 다만 무조건 ‘노조=선(善)’이라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 검찰의 재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은 것도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