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직원 한명이 350억 노리고 100만주 팔아치워

부실 '민낯' 드러난 증권거래시스템

증권사 도덕적 해이 심각
팀장급·리서치센터직원 등
16명이 500만주 버젓이 매도
대기발령·고발 등 징계 착수

손절매 투자자는 배상받을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일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비롯해 IB팀, 영업팀, 본사관리팀 등 다양한 부서에 근무하는 16명의 직원이 잘못 배당받은 주식 중 501만2000주를 장내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팀장급 한 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직원은 약 100만 주(350억원어치)의 매도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 주가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직원들이 유령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에 나서면서 당시 삼성증권 주가는 30여 분 만에 11% 이상 급락했다. 이 탓에 보유 주식을 덩달아 팔았던 기존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삼성증권은 이들 16명을 9일 대기발령 조치하고 형사고발을 포함한 후속 징계절차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 구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주식을 갖고 있다가 사고 당일 주가 급락에 놀라 손절매 한 투자자들은 피해금을 보상받게 될 전망이다. 배당지급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 가격에 주식을 팔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손해가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법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당시 사고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되는 주식 가격과 매도 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인국 변호사는 “전일 종가나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배상금액을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주식이 급락한 순간 매도한 투자자 외에 기존 주주나 다른 증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배상받을 가능성은 작다. 일부 다른 증권사 주주 사이에서 “삼성증권이 급락해 증권주 전체에 악재가 있는 줄 알고 낮은 가격에 매도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삼성증권 배당 사고와 주식 매도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받기 힘들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지훈/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