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성 vs TSMC, “7나노 반도체 주도권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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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nm 공정 경쟁 본격화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다시 격돌한다.
7nm EUV 기술이 시장 향배 결정
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분기 내 화웨이의 ‘기린 98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양산할 예정이다. TSMC는 기존 기술을 고도화한 7nm(나노미터) 공정으로 기린 908을 생산한다. 같은 공정으로 퀄컴 스냅드래곤855와 애플 A13 프로세서도 양산할 예정이다.TSMC가 미세공정 확보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제품 경쟁력에 있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할 수록 회로를 오밀조밀하게 더 많이 그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늘어나는 것. 개별 반도체는 전력효율이 개선되며 성능이 향상된다.
미세공정 기술은 반도체 시장 점유율과도 직결된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0nm 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며 14nm 공정 개발에 집중하던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그로 인해 AMD, 퀄컴 등의 제조사들도 유치했다. 삼성전자는 10nm 공정 개량에 집중해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간 반도체 업계는 액침 불화아르곤(ArF) 기술을 10nm 공정에 적용해왔는데, 이 기술은 정밀도가 떨어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업계는 이 공정으로 같은 작업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며 한계를 극복해왔는데, TSMC가 7nm 양산 공정에 사용한 기술도 이런 방식이다.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지면서 최근에는 공정 기술도 변화하는 추세다. 기존 액침 불화아르곤(ArF) 기술을 극자외선노광장비(EUV)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 삼성전자는 올해 말 EUV 기반 7nm 공정 AP를 양산할 예정이다. ‘7nm’ 라는 미세화 측면에서는 TSMC보다 늦었지만, EUV를 적용한 첫 공정이기에 생산효율과 성능이 뛰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EUV를 활용하면 20nm 반도체를 만드는 정도의 단순한 작업만으로도 7nm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기술인 EUV를 적용했기에 기존 10nm 대비 칩 크기는 40% 줄이고 동일 성능에서 전력효율을 35%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냅드래곤855를 TSMC에서 생산하기로 한 퀄컴도 이러한 장점 때문에 EUV를 갖춘 삼성전자에게 5G 모뎀 생산을 위탁했다.
삼성전자는 5nm 공정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 기술을 조기에 개발하고 2020년 이전에 양산 준비까지 마친 뒤 2020년 화성 사업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TSMC가 주도하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지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TSMC는 내년 EUV를 도입하고 오는 2020년까지 5nm 공정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계획 상으론 삼성전자보다 한 발 느린 셈이다.업계 관계자는 “7nm 공정은 이제 도입되는 EUV 기술과 관련해 제조사들이 기술력을 시장에 선보이고 인정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라며 “EUV 기술력을 인정받고 시장을 선도하려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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