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태에 분위기 흐린 증권업계…"실적은 맑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증권 배당사고로 증권업계 전반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권사들의 호실적 기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라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1분기 실적 시즌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는 다수의 대형증권사가 양호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0일 오후 2시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증권업종지수는 전날보다 4.51포인트(0.22%) 내린 2005.03을 기록 중이다. 증권업종지수는 삼성증권 사태가 촉발된 지난 6일부터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이날은 종목별로 엇갈리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증권(-4.84%)이 4% 넘게 떨어지며 사흘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키움증권(3.67%)은 이틀째 강세다. NH투자증권(-1.07%)과 미래에셋대우(-0.11%)는 나흘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증가가 주요 증권사의 1분기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81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7.32% 증가했다.

기업공개(IPO)와 인수·주선 딜 증가로 투자은행(IB) 부문 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초 증시 호황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 조기상환 및 신규 발행 호조로 관련수익도 양호할 것으로 점쳐졌다. 보유 채권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의 경우 채권운용손실에 따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브로커리지 수익과 주식 및 파생상품 운용에 따른 이익 증가분으로 충분히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모회사),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 커버리지(분석 대상) 증권사 6곳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673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8.6% 증가할 전망"이라며 "전반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3월 증시 불확실성 확대로 증권사 실적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브로커리지 및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의 호실적으로 (주요 증권사의)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이 예상된다"며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5곳의 1분기 순이익은 6075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66.3% 증가해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을 14.1%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13조521억원으로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예탁금과 신용융자잔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데 비춰 증시 조정에도 자본시장에서 자금이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중 일평균 거래대금은 3월(12조3947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며 "채권 및 단기자금시장의 상대매력 저하가 지속되고 있어 긍정적인 자금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증권 사태가 개별 회사의 이슈인 만큼 주요 증권사의 2분기 실적과 산업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 연구원은 "이번 (삼성증권 유령배당) 사태로 인해 실적 전망치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별 증권사의 이슈인 만큼) 증권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고 실제 삼성증권 고객 이탈 수준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설명했다.전 연구원은 "(배당오류 물량과 관련해)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환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 등이 가능해 보이고, 이 경우 일부 소송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있으나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배당오류 및 일반 투자자 손실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와 피해보상금 지급 등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